산을넘어 바다건너

쓰시마의 천연원시림

깊은 강 흐르듯이 2017. 1. 19. 00:34

 

 

 

 

 

 

 

오늘도 부지런한 고쿠부선생부부가 차를 몰고 호텔로 와서 남쪽을 한 바퀴 돌아보자고 합니다. 먼저 우치야마토오게전망대에 올라 사방을 조망합니다. 쓰시마 최고봉인 야타테산(643m)이 보이고, 천연원시림보호구역인 다테라산과 쓰시마 유일의 우치야마분지도 눈에 들어옵니다. 9월이면 철새탐조를 위해 매일 이곳을 오른다는 고쿠부선생은 쓰시마의 자연과 문화를 지키는 모임을 이끌고 있는 유명인사입니다.

다테라산에는 원시림이 가장 잘 보존된 지역으로서 정책적인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그에 앞서 이곳 사람들은 나무에 혼이 있다는 민간신앙을 아직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현대에 많이 엷어지기는 했지만..나무를 베면 신의 목을 치는 것과 같아 나무를 자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를 모르는 사슴과 멧돼지의 개체가 늘먼서 풀과 나뭇잎을 너무 먹어치우고 뿌리를 파헤치고 하는 것이 큰 문제로 대두되었다고 합니다.

쓰시마의 남쪽 땅끝 마을이 쓰쓰라고 하는 곳인데, 이 마을에는 옛날 한반도에서 건너간 사람들이 많이 살았고, 그들의 신을 모신 신사가 바로 다쿠즈다마신사입니다. 이 신사에는 해인사판 고려대장경 5천책이 보관되어 있다고 합니다. 신사 경내의 가장 큰 쿠스노키(녹나무)에 쳐 놓은 금줄은 우리의 당산나무의 모습 그대로입니다. 그리고 이곳 주변에는 단산(=당산)이라고 불리는 산이 여럿 있다고 합니다.

차가 다니는 길가에 비죠즈카(미인총)라는 아주 특이한 무덤이 있습니다. 쓰쓰에는 미인이 많았다는 것이고 북방계 사람들의 이주지였다는 증거라고 연구자들은 말합니다. 물론 공식 안내문의 내용과는 다소 거리가 있기는 합니다.

점심은 '로쿠베에(고구마가루를 발효시켜 만든 국수의 일종) '라고 하는 쓰시마특산 음식을 먹었는데. 또 계산의 기회를 얻지 못했습니다.

점심 후에는 어제 작업한 벼루 완성품을 찾으러 갔습니다. 옻칠과 왁스를 올린 벼루 뒷면에 철필로 이름을 새기고나서 보니 정말 명품같아 보였습니다.

호텔로 돌아와 먹을 갈아 보니 왜 명품이라 불리는지 알 듯합니다. 먹이 갈리는 감촉, 소리, 묵향이 퍼져나오는 느낌이 참 좋습니다. 어제 작업시 단계별로 숫돌과 사포의 번호를 중요시한 이유를 이제야 알겠습니다.

오늘 저녁만큼은 자유롭게 먹으려했으나, 이 또한 차단당하고 말았습니다. 멧돼지스키야키가 이미 준비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세상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