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동서원 해설사의 집
도동서원 해설사의 집 안으로 햇빛이 환하게 비쳐 들어옵니다.
빛이 잘들어 좋겠다 싶으나. 나무판자 벽이 벌어진 틈새로 밖이 훤히 내다보이니...
게다가 이 부스는 지붕 상부가 평면이며 처마가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비가 오고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외벽에 빗물이 들이치게 되고 갈라진 틈새로 물이 새어 안으로 들어오게 됩니다.
기둥 뿌리와 그 주변의 갈라진 틈새로도 물이 들어와 내부 바닥을 적시고 심하면 물이 고이게 됩니다.
박스와 인쇄물이 젖고 곰팡이가 쓸고 냄새도 나고 위생상 좋지 않고 누렇게 된 리플렛은 보기도 그렇습니다.
작년에는 쓰레받기로 고인 물을 퍼내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습니다.
벽속에는 전선이 들어 있고 콘센트에 전기 제품들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누전이 되면 바닥에 고인 물은 거대한 전기 프라이팬이 됩니다.
생각만 해도 아찔합니다.
이런 틈새로는 습기나 물 뿐만 아니라 날벌레나 땅벌레들도 수없이 들어옵니다.
에프킬라를 뿌리고 모기향을 피우고 법석을 해도 그 때 뿐입니다.
일전에는 부스내 책상 속에 벌이 집을 지어 놓은 것이 작년에 이어 또 발견되었습니다.
전날의 이 소식을 접하고 이튿날 아침 일찍 서원으로 가서 벌집제거작전을 감행하였습니다.
여러 곳을 살펴보니, 책꽂이와 서랍칸 등 거의 모든 칸마다 벌집이 지어져 있었습니다.
킬라를 듬뿍 뿌리고 문을 닫아 두었다가 벌집을 떼어내고 쓸고 닦고...
이른 아침 한 시간 남짓 전투 끝에 상황은 종료되었습니다마는..
민첩성이 저하된 손에는 결국 상처가 남고 말았습니다.
이 부스의 문제점은 여러번 지적하고 개선을 건의하고 있습니다만,
당국이나 설치업체에서는 "설계도 대로 시공했다"라는 등의 말만 반복하면서,
장마가 끝나갈 무렵에 와서 실리콘 한 번 발라놓고 가는 것이 보수작업의 전부입니다.
이 부스의 문제점을 다시 한 번 정리해 둡니다.
1. 위치선정이 애초 잘 못 되었습니다.
서원영역 중에서 제일 낮은 배수구 바로 앞에 부스가 있어서 비가 오면 주변이 온통 물바다가 되어
근무자는 물론이고 방문객들도 접근이 어렵게 됩니다.
그러니 평소에도 습기가 많아 바닥에서 습기가 올라오니 위생에도 물품관리에도 문제가 많습니다.
뿐만 아니라 관람객들의 주통로와도 격리된 곳이라 해설사와 방문객의 접촉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되어 있습니다.
2. 부스의 구조가 설계부터 잘 못 되었습니다.
부스의 상부가 평면이며 처마가 없는 전형적인 박스형(하코가타)이라 비가오면
빗물이 그대로 벽과 창 출입문에 떨어지기 때문에 출입도 어렵고 목재의 부식이나 비틀림 갈라짐도 많아질 것입니다.
3. 좋지 않은 목재를 사용했습니다.
애초 건조가 덜 되었고 비틀림이 심한 목재(낙엽송으로 보임)를 사용한 것으로 사료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계속해서 건조가 진행되면서 나무가 비틀어지고 갈라지고 해서 틈이 생기고 문과 창도 여닫기가 힘들어지며,
시건장치가 맞지 않아 여름 겨울 한번씩 지날 때마다 장석고리 구멍을 다시 뚫지 않으면 문을 잠글 수가 없게 됩니다.
4. 설계도에 없는 것은 일체 부착도 하지 말라니...
"문화관광해설사의집" 현판을 우리가 제작해서 달겠다고 해도 설계도에 없다는 이유로 허용되지 않습니다.
방문객들은 "표파는 곳"이나 "물건파는 곳" 쯤으로 생각해서 일부러 피하기도 합니다.
"물 팝니까?", "휴지 있습니까?", "동전 바꿔 줍니까?"라고 묻는 사람이 많아서 "해설사 부스입니다"라고 하면,
"그러면 그렇다고 간판을 붙여 놔야지 헷갈리지 않지" 반말인지 온말인지, 이런 말 많이 듣습니다.
이럴 때 조금만 잘 못 대응하면 곧장 민원으로 이어지게 되겠죠?
근본적인 해결책은
1. 위치를 옮겨서
2. (처마가 있게)구조 변경을 하여
3. 재료를 바꿔, 다시 지어야
한다는 것을 간곡히 말씀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