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기일(國忌日)과 향사(享祀)
도동서원 중정당에는 '국기일'이라는 액판이 붙어 있습니다.
이 액판에는 조선의 역대 왕과 왕비의 제삿날이 적혀 있습니다.
물론 이 제사는 종묘에서 지내는 것일 텐데..왜 서원에 이 날짜들을 게시해 놓았을까요?
서원에서는 제향과 강학의 두 가지 기능을 해야 하는데요..서원에서 지내는 제사를 '향사'라고 부르며 봄과 가을 두번의 향사를 올리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도동서원은 음력 2월과 8월의 '中丁日'에 향사를 지내도록 정해져 있습니다.
모든 날짜에는 간지가 붙어 있는데 그 중에 '丁'자가 붙은 날이 한 달에 세 번 돌아오게 됩니다.
그 첫 번째 날을 상정일, 두 번째를 중정일, 마지막을 하정일이라 부르는데요.
중춘월(2월)과 중추월(8월)의 상정일에는 향교에서 석전(공자의 제사)을 지내고,
그 이후에 각 서원들이 정해진 날에 향사를 지내게 됩니다. 도동서원은 상정일의 열흘 후인 중정일에 향사를 지내도록 정해져 있는 것입니다.
만약 도동서원의 향사일이 국기일 즉 역대 왕과 왕비의 기일과 겹치게 되면 향사를 열흘 물려서 하정일에 지내게 됩니다.
이를 참고하기 위하여 '국기일'액판이 서원에 게시되어 있는 것이지요.
올해 8월의 중정일은 음력 8/18 (양럭 10/7)입니다. 국기일 액판을 살펴보면 현종대왕의 기일이 8/18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러면 도동서원 향사는 하정일 즉 8/28 (양력 10/17)에 행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아직 하정일 전인데, 강당에 붙어 있는 '제집사분정기(향사제관들의 임무분장표)가 바뀌어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가을 향사를 지냈다는 뜻입니다.
종가 등에 확인해 보니 중정일인 10/7에 추향을 지냈다는 것이며, 그날이 국기일인 것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수현(수현)서원임을 자부하는 도동서원에서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더하여 해설사부스의 달력에는 진작부터 올해 추향일은 하정일이 됨을 표시해 두고, 향사일을 물어보는 방문객들에게 안내를 해 왔는데..
하정일에 향사모습을 참관하겠다고 오시면..어떡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