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사와 제집사분정기
지난 4월 5일(음 2월 20일, 中丁日)은 도동서원 춘향제일(春享祭日)이었습니다.
향사 전일(입제일)에 제관들이 다 모이면 각자의 임무를 나눠 맡는 집사분정(執事分定)을 합니다.
각자의 임무분장표를 판에 써 붙인 것을 제집사분정기(諸執事分定記)라 합니다.
제집사분정기의 작성이 완료되어 전원에게 회람하여 확인하고 이를 게시하면서 향사절차가 개시되는 것입니다.
명단의 끝에 원(原)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것은 명단의 '끝' 또는 '이상'이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통상 인명(人名)의 끝에는 원(原)자를 쓰고 물목(物目)의 마지막엔 제(際)자를 쓰지만 혼동해서 쓰이기도 한다고 합니다.
중정당 현판이 가로 금이가서 많이 벌어져 있네요 수리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본원의 제행사를 주관할 유사도 선정되어 게시해 놓았습니다.
향사를 끝낸 사당 앞뜰의 진달래는 어제 비바람에 꽃잎이 많이 떨어졌습니다.
떨어진 꽃을 보니 옛사람의 싯귀가 떠오릅니다.
昨夜山中風雨惡(작야산중풍우악) 지난 밤 저기 산 속 비바람 사납더니,
滿溪流水泛花來(만계류수범화래) 떨어진 꽃잎 냇물 가득 떠내려오누나..(석간 조운흘)
모란도 속살을 드러내려 하는데..오늘 날이 갑자기 추워져 얼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기상상황에 따라 개화시기가 좀 달라질 수 있습니다만, 이달 마지막 주 쯤 만개기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당 뒤켠 산자락의 벚나무는 아직 풍성하게 꽃을 매달고 있습니다. 아마 산벚나무 같아 보입니다.
수월루 앞뜰의 국역신도비 곁에는 민들레가 노랗게 피어 있고,
제비꽃도 은행나무를 배경삼아 곱게도 피었습니다.
청초한 이 풀꽃들에서 옛 선비의 모습을 봅니다.
은행나무 새싹이 얼마나 돋아났는지는 늘 이 자리에 와서 수월루를 바라보며 확인합니다.
수월루를 가장 예쁘게 찍을 수 있는 얼짱각도입니다.
봄차림을 하고 나왔는데, 날씨는 동지라도 코앞에 다가오는 듯합니다.
감기 조심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