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유산 도동서원

도동서원 보물지붕

깊은 강 흐르듯이 2020. 10. 9. 09:28

도동서원의 원래의 정문인 환주문 지붕에는 대단히 특별한 기와가 얹혀 있습니다. 이것을 우리는 절병통(節甁桶)이라고 부르는데요, 달리 보정(寶頂)이라고도 합니다. 절집의 탑파 꼭대기에 얹혀 있는 보주(寶珠)와 비슷한 것이라고 할까요? 이런 절병통은 보통 모지붕(모임지붕이라고도 합니다) 즉 사모지붕, 육모지붕, 팔모지붕 등의 꼭지점에 올리는 특수기와의 일종인데요, 전통건축물에서도 그리 흔하게 볼 수 있는 모습은 아니랍니다. 절병통을 만드는 재료는 기와재, 청동, 화강석 등이 주로 쓰인다고 합니다만, 옹기로 만들어진 것은 도동서원 말고는 보이지 않는다고 하니 특히 진귀한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방화수류정(사진:한국관광공사)

절병통의 국내 유례를 보면 가장 널리 알려진 건물이 수원화성의 방화수류정입니다. 대형건축물로는 법주사 원통보전이 있습니다. 한 곳에서 절병통을 많이 볼 수 있는 곳은 창덕궁입니다. 창덕궁은 정자가 많기로 유명한데요, 태극정, 소요정, 향원정, 존덕정, 애련정, 삼삼와 등의 지붕이 절병통이고요, 일제강점기에 훼손된 부용정의 절병통은 2012년에 복원하기도 했습니다. 창덕궁의 여러 정자에는 모두 유래가 있지만, 애련정은 북송의 염계 주돈이의 애련설에서 그이름을 따왔다고 하니..김굉필선생이 염계 주돈이의 도학사상을 계승했다고 생각하고 보면, 이 환주문의 지붕이 한 송이 연꽃(복련?)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늘높이 솟아 있는 이 도동서원의 절병통을 보고 사람들은 선비의 상투를 연상한다고 합니다. 맨 처음 이걸 만드신 분이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렇게 생각하며 보니 확실히 그렇게 보입니다. 상투는 옛선비의 자존심이었습니다. 신체의 최상부일 뿐만 아니라, 신체발부수지어부모(身體髮膚受之於父母)라 가장 소중함의 상징적인 신체부위였던 것입니다. 상투는 신체의 보물이요, 상투를 본떠 만든 도동서원 절병통은 이름도 보정이니, 나는 이제 이것을 도동서원 보물담장에 이어 보물지붕이라 부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