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연사의 사천왕
용연사에는 사천왕상이 세 곳에 조성되어 있다.
첫번째가 부처님 진신사리를 봉안한 금강계단의 1층기단 네 모서리에 석조사천왕상이 조각되어 있다.
이 석조사천왕상은 크기가 크지 않고 지물 등이 분명하지 않아 각 상의 명칭을 구별해 알기 어렵다.
다음은 적멸보궁 앞쪽의 보광루 1층 통로의 양쪽에 사천왕탱이 봉안되어 있다.
바깥쪽에서 들어가며 오른쪽에 칼(동방지국천왕)과, 비파(북방다문천왕)를 들고 있는 천왕상이 그려져 있고, 왼쪽에 용(남방증장천왕)과 탑(서방광목천왕)을 들고 있는 천왕상이 그려져 있다.
우리나라의 많은 사찰에서 (조선중기이후) 사천왕상을 조성하는 일반적 방식(중국의 명대(明代)방식)을 따르고 있는 듯하다.
이와 달리 일부 사찰에서는 비파-동방지국, 탑-북방다문, 용-서방광목, 칼-남방증장으로 조성하는 경우가 있는데,
중국에 많이 남아 있는 원대(元代)의 사천왕상 조성방식을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세번째가 극락전영역으로 진입하는 천왕문의 사천왕탱인데,
오른쪽 앞쪽의 칼을 든 천왕상의 윗쪽 모서리에 '西方廣目天王(서방광목천왕)'이라고 화제를 붙여놓았고,
뒷쪽의 용을 잡고 있는 천왕상에는 '南方增長天王(남방증장천왕)'이라고 쓰여 있다.
왼쪽에는 글씨들이 지워져 알아볼 수 없지만, 방위를 감안하면 앞쪽의 비파를 든 천왕상이 북방다문천왕,
뒷쪽의 탑을 들고 있는 천왕상이 동방지국천왕으로 추정할 수 있겠다.
그런데 이대로 놓고 보면 위에서 언급한 두 가지의 사천왕 조성방식(즉, 원대식과 명대식) 중 어느 방식과도 다른 특이한 방식이라 의아한데...
게다가 용연사 공식 홈페이지를 보면, 동방과 서방을 바꿔서 설명하고 있다.
즉 그림에 붙여진 이름을 무시하고 그림만 보면서 홈페이지의 설명대로 방위와 이름을 붙여 보면,
오른쪽 앞쪽의 칼-동방지국천왕, 뒷쪽의 용-남방증장천왕, 왼쪽 앞쪽의 비파-북방다문천왕, 뒷쪽의 탑-서방광목천왕, 이렇게 된다.
이렇게 해놓고 제목을 바꿔쓰던지 지워버리면 될 듯도 하지만, 이 역시 문제가 없지 않다.
실제방위를 중앙에서 보았을 때 시계방향으로 '동-남-서-북'이 되어야 정상인데,
이 그림은 방향이 거꾸로(시계반대방향) 가게 되어 있으니 설명이 곤란해진다.
따라서 지물, 화제, 방위를 일치시키려면, 동-서의 그림을 바꿔 그리는 수 밖에 없는데...
절에다 물어보면, "그게 어때서?"라고 하면 할 말이 없어질 것 같다.
언젠가 그런 경험이 있다.
"아미타불을 모신 전각에 왜 대웅전 현판이 붙어 있는지?"를 스님에게 물었다가,
"그러면 어때서?"라는 대답을 듣고 무안했던 적이 있었다.
그럼 어떡하면 좋아요...?
언제인지 확실하지 않지만 이 사천왕탱 조성당시의 주지스님이나 화공도 생각이 있어서 이렇게 조성했을 것이니,
"그냥 그려진 대로 쓰여진 대로 하면 되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