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지면 열매 여니..
매화 진다고 서러워했더니, 어느새 매실이 통통해졌습니다.
오전에 빗방울 떨어지다가 오후에 날이 개니 많은 분들이 도동서원을 찾아주셨습니다. "세계유산이라 캐서 왔더니, 이게 마카라요?" 라고 하시는 분들이 더러 계십니다. 딱 한 시간만 해설을 듣고 나면, "아~참말이네!" 하고 돌아가시는 모습을 보며, 목은 아파도 또다시 돌층계를 오릅니다.
해가 길어져 5시가 되어도 한낮인 듯합니다. 터널을 제쳐두고 다람재를 오릅니다. 도동서원과 낙동강 물줄기가 시원하게 한 눈에 들어옵니다. 이 모습을 바라보지 않고는 도동서원을 다 봤다고 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전망대 앞에는 무슨 붉은 꽃이 화사하게 피었습니다만, 이름을 모르겠습니다. 만, 애독자이신 K선생님이 금방 갈쳐 주시네요, '병꽃'이랍니다.
아, 아까시꽃이 활짝 피었네요!
초여름의 향기가 진동합니다.
꿀벌에게 미안하단 말을 하고 꽃을 몇 송이 따왔습니다. 아까시꽃차를 만들어 볼 작정입니다.
끓는 물에 꽃송이를 살짝 데쳐 냅니다. 벌어진 꽃잎들을 오므려서 가정용 건조기 건조판에 널어서, 70도로 4시간 정도 건조시키면 됩니다. 그늘에서 자연건조시키는 것이 좋기는 하지만, 날씨를 잘 못 만나거나 하면 실패하는 수가 많아 저는 건조기를 씁니다. 바싹하게 건조된 꽃차는 차봉투에 담아 열접착을 하거나 지퍼백에 밀봉하면 상온에서 보관할 수 있습니다. 물론 반건조 상태로 냉동보관 하는 등의 다른 여러가지 방법도 있습니다.
끓인 물을 살짝 식혀서 찻잔에 붓고 꽃차를 띄우면 오므렸던 꽃잎이 사르르 펴지면서 향기가 피어오르면 성공입니다. 다관에 우려서 여러 사람이 나눠 마실 수도 있고요, 녹차를 우려서 꽃차를 한 두 잎 띄우면 바디(body)감이 풍부한 향을 즐길 수도 있습니다.
어제의 수고가 오늘 아침을 행복하게 해줍니다~! (꽃차는 우연(愚然) 作)
아까시꽃은 튀김으로 하면 엄청 뷰가 좋은 먹거리가 되는데요, <리틀 포레스트>라는 영화를 한 번 보시기 바랍니다. 우리 고향마을에서 촬영했거든요. 아까시꽃이 피면 고향생각이 납니다.
하나 더 해 보실까요? 아까시화전입니다. 꽃을 훑어서 줄기를 제거하고 전을 붙였더니 향이 더 진하게 나오네요. 꽃의 밀도가 높아져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어때요? 색깔 진짜 곱죠? (튀김과 화전은 혜전(蕙田) 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