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연사와 적멸보궁

불타는 산문, 끝없는 불사..

깊은 강 흐르듯이 2021. 11. 21. 19:48

용연사 적멸보궁 입구 돌간판을 새로 만들어 세웠나 봅니다. 

적멸보궁 왼편 담장을 돌아 들어가면 은행낙엽 곱게 깔린 담장 끝에는 이 절간의 대장단풍이 마지막 정열을 불태우고 있습니다.

단풍나무 가지들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저 길의 끝에는 오늘도 시비의 아우성이 그치지 않는 사바세계가 있을 것입니다.

단풍의 길다란 가지는 멀리 산등성이의 모습따라 흘러내리고..

풍경은 혼자 울지 못하여 목을 늘여서 나목을 헤치고 찾아올 바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심검당 전면보수공사가 거의 끝나가는 것 같습니다. 

희한하게 도동서원 수월루 보수공사와 거의 같은 시기에 마무리가 되는군요. 한 업체가 두 군데 공사를 동시에 진행하였나 봅니다.

꽃봉오리 조롱조롱 맺힌 동백나무 앞에 서서 청운교 지나 건너다 보이는 지장전과 감로당의 풍경을 오래도록 바라보곤 합니다.

청운교 아래 고인 맑은 물에는 어김없이 맑은 구름(淸雲)이 놀러와 있습니다.

전에 없던 용왕단을 최근에 조성했는데요..용연사에 용왕단이 여태 없었던 것이 이상하다 할 수도 있겠고..한편으론 기복신앙으로 너무 흘러가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고..하여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는 이 역시 문화유산의 하나가 되어 있으리라 생각도 됩니다.

감로당의 현판이 어느새 또 바뀌어 있습니다. 올해 부처님오신날 즈음에 '사명당'이란 이름에서 '감로당'으로 당호를 바꾸면서 걸었던 현판은 석도(夕濤) 유형재(兪衡在)가 쓴 행서현판이었는데..새 현판은 서체만 전서로 바뀌었고, 낙관은 유형재의 성명주인(朱印)만 새겨져 있습니다. 서체만 바꿔서 새로 쓴 현판인지 아니면 애초 두 개의 서체로 글씨를 받아두었던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한 사람의 글씨인 것만은 분명한 듯합니다. 서예가 유형재는 1955년생, 대전출생의 생존 작가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렇게들 사찰의 불사는 쉽고도 튼실하게 잘도 하는 것 같은데, 서원의 보수공사는 선목수 연장 벼리듯이 불안해 보이는 것은 나만의 느낌이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