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유산 도동서원

해가 지면 달이 뜨고

깊은 강 흐르듯이 2022. 1. 16. 09:51

2022. 1. 14(금). 도동서원에 해가 지고 달이 뜹니다. 1-2월 혹한기 도동서원의 해설사부스는 매주 금.토.일요일에만 문을 엽니다. 불특정다수의 시민들께 도동서원해설사부스는 1년 365일 문을 열 것이라 했던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되었음을 깊이 사죄드립니다.

오늘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대구는 물론, 강릉, 서울 등 경향각지로부터의 손님들이 다녀갔고, 4순배의 빡센 해설을 했습니다. 이런 추위 속의 해설은 손발이 시린 것보다도 마스크에 서리는 입김의 결로가 훨씬 더 괴롭습니다. 한 시간 정도 쉬지 않고 말을 하면 마스크에 생긴 물이 턱으로 줄줄 흘러내리기도 합니다. 겨울의 도동서원 해설을 갈 때에는 마스크를 두 개 이상 준비해 갑니다. 물에 젖을 때마다 새것으로 갈아끼려면 한이 없기에 한 시간에 한 번 정도 젖은 것은 온풍기 앞에 걸어 말려서 교대로 사용합니다. 심한 날은 턱과 입 주변이 벌겋게 부풀어오르기도 하고, 산소부족 때문인지 저녁때가 되면 심한 두통이 몰려오기도 합니다. 

도동서원 해설을 왔다가는 날은 몸이 괴로워도 기분은 상쾌하다는 것이 불가사의한 일입니다. 그것은 도동서원에는 불가사의한 매력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도동서원에서 해설을 시작하면 신비하게도 힘이 솟아납니다. 해설을 듣고나서 진심어린 박수를 보내주는 분들이 많습니다. 건성박수와 진심박수는 소리에서 단박에 구별됩니다. 아무리 추운 혹한기에도 도동서원은 매일 해설사부스를 열자고 했지만, 예산문제 등 제반 여건 때문인지 혹한기 단축운영을 피할 수가 없게 된 것이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달성문화재단에서 "도동서원, 세계를 품다"라는 제목의 새 가이드북을 발행했네요. 과거 나왔던 "도동서원이야기"에 오류가 적지 않아 수정증보를 한 것인지, 완전히 새로 쓴 것인지 좀 차근히 검토해 봐야겠습니다.

오늘의 해설손님들 중에는 대구시관광과 관계자들이 6명이나 있었습니다. 이 혹한기에 대구관광의 핵심관계자들이 이렇게 단체로 도동서원을 찾은 것은 유례가 드문 일이기에, 그 의도가 궁금하긴 했으나, 해설사는 해설로만 말을 한다는 각오로 한 시간 입빠이 열띤 해설을 하였습니다. 대구 유일의 세계문화유산인 도동서원의 관광자원으로서의 가치에 대한 인식이 조금이라도 더 깊어졌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오늘 해설이 시즌(2021. 3월 ~ 2022. 2월) 마지막 해설이 되었습니다. 꽃 피는 춘삼월에 다시 뵐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