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품명품
은행잎이 노랑으로 물들어가는 2023. 10. 26(목).

도동서원에서는 <진품명품>이라는 TV 프로그램 녹화촬영을 하느라고 아주 난리북새통이다.

도동서원 사당에 걸린 두 점의 벽화와 김굉필신도비각 안의 쌍귀부비석도 감정에 내놓아진 모양이다.

모처럼 진귀한 문화유산들이 제 가치를 인정받기를 바래본다.

북새통에도 초연히 선현의 사상과 철학을 지키고 있는 것은 이 보물담장이다.
진정한 보물은 감정이라는 계산방법으로 값이 매겨질 수 없는 보물 즉 무가지보(無價之寶)이다.
진수무향(眞水無香), 진향불취(眞香不臭)란 말들을 새삼 곱씹어보는 날이다.

유물전시관 앞의 이 작은 암그루 은행나무가 후세의 생산에 기력을 소진해서인지 숫그루보다 한발 앞서 노랑으로 물들어간다.

난리통에도 신의 세계에서는 경건하게 알묘를 하며 선현의 덕을 되새기는 사람들이 있다.
서원의 제향의례는 한국의 서원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는 결정적인 원동력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의 서원들이 현대화와 인구증가로 인한 강학기능의 학교로의 이전과 공산화로 종교탄압에 의한 제향기능의 상실로 인해 퇴락의 길을 걷게 되고, 남아 있다 하더라도 그 속의 정신문화는 사라진 죽은 유산이 되고 말았던 반면,
한국의 서원들은 강학의 기능은 중국의 서원과 다를 바 없이 상실되었지만, 제향의 기능만은 오롯이 지켜져 왔기에 서원 자체가 관리 및 보존이 가능했다고 볼 수 있다.
혹자의 말처럼, 이 나라 선조들이 제사나 지내다가 볼 일 다 보았다던지, 서원을 기반으로 당쟁이나 일삼다가 국권마저 잃게 되었다는 점도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한국의 서원이 서원의 원조였던 중국을 제치고 세계유산으로 우뚝 선 이제는, 한국의 서원의 제향의례야 말로 또 다른 '세계무형유산'으로 등재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