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연사와 적멸보궁

주요수미(周繞須彌)와 부모님 은혜

깊은 강 흐르듯이 2023. 11. 19. 19:44

 

탑돌이

부처님께서 사위성 기원정사에 계시던 어느 날 제자들과 함께 남쪽으로 가시다가 마른 뼈 한 무더기를 보시고, 이마를 땅에 대고 예를 갖추셨다. 이를 본 아난이 여쭈었다.

용연사 극락전 벽화

"세존이시여, 여래는 삼계(三界:欲界, 色界, 無色界)의 큰 스승이시고, 사생(四生:胎生, 卵生, 濕生, 化生)의 아버지로 여러 사람이 귀의하고 공경하는 분이온데, 어찌하여 이 마른 뼈무더기에 예배하시나이까?"
부처님은 이렇게 대답하셨다.
"아난아, 비록 그대가 나의 훌륭한 제자로서 출가한 지 오래지만 아직 모르는 것이 많구나. 이 마른 뼈는 전생에 내 조상이었거나 아니면 여러 생을 거치는 동안의 어버이였을 것이므로 내 지금 예를 갖추는 것이니라."

용연사 극락전 벽화

그리고 다시 부처님께서는 아난에게 앞에 있는 뼈무더기를 남자와 여자의 뼈로 나누어 보라고 하셨다. 그러자 아난이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남자는 평소 큰 옷을 입고 띠를 매고 신을 신고 모자를 쓰기 때문에 남자인 줄 알며, 여자는 붉은 입술에 연지를 바르고 향수로 치장하기 때문에 여자라는 것을 알 수 있나니다. 그러나 죽은 후의 백골은 남녀가 마찬가지이거늘 제가 어떻게 남녀를 알아볼 수 있겠나이까?"
남감해하는 아난에게 부처님께서 자세히 말씀해 주셨다.
"남자는 살아 있을 때 집안일에서 자유로웠을 것이다. 절에서 법문도 듣고 경전을 독송하며, 삼보께 예배도 했을 것이다. 그러므로 그 사람의 뼈는 희고 단단하단다."
"그러나 여자는 자식을 낳아 기르되, 한 번 아이를 낳을 때마다 피를 3말 3되씩이나 흘리며, 아이에게 8섬 4말이나 되는 젖을 먹여 길러야 한다. 그러므로 여자의 뼈는 앙상하며 마치 불에 탄 것처럼 검게 그을리고 가벼운 것이란다."
부처님께서는, 부모가 아이를 가질 때부터 출산 후 자식을 기르기까지의 열가지의 은혜를 말하는, '십중대은(十重大恩)'을  세상의 모든 자녀들이 깊이 알고 잊지 않도록 10편의 게송으로 읊어 주셨다. 이것이 바로 《부모은중경(父母恩重經)》이다.
1. 회탐수호은(懷耽守護恩) 자식을 잉태하고 지켜 주신 은혜
2. 임산수고은(臨産受苦恩) 해산에 임하여 고통받으신 은혜
3. 생자망우은(生子忘憂恩) 자식을 낳았다고 근심을 잊어버리신 은혜
4. 인고토감은(咽苦吐甘恩) 입에 쓴 것은 삼키고 단 것만 뱉어 먹이신 은혜
5. 회건취습은(廻乾取習恩) (자식을) 마른 자리에 눕히고 (당신은) 진자리에 누우신 은혜
6. 유포양육은(乳哺養育恩) 젖을 먹여 길러 주신 은혜
7. 세탁부정은(洗濯不淨恩) 깨끗하지 못한 것을 씻어 주신 은혜
8. 원행억념은(遠行憶念恩) 멀리 가는 자식을 생각하고 염려하시는 은혜
9. 위조악업은(爲造惡業恩) 자식을 위해 험한 일도 마다하지 않는 은혜
10.구경연민은(究竟憐愍恩) 끝까지 자식을 사랑하는 은혜

용연사 극락전 벽화가 있는 풍경

"아버지를 왼쪽 어깨에 업고, 어머니를 오른쪽 어깨에 업고, 살갗이 닳아 뼈가 드러나고, 뼈가 닳아서 골수가 드러나도록 수미산을 돌고 돌아 백천번을 지나치더라도, 부모님의 은혜를 다 갚을 수는 없으리라."  ≪아함경(阿含經)≫

용연사 극락전 벽화-주요수미(周繞須彌)

"깊은 은혜를 갚려거던 부모를 위하여 이 경전을 쓰며, 부모를 위하여 이 경전을 읽고 외우며, 부모를 위하여 죄를 참회하며, 부모를 위하여 삼보에게 공양하며, 부모를 위하여 계를 받아 지니며, 부모를 위해 보시하여 복을 지을지니, 만일 이런 행을 행하면 효도하는 자식이라 할 것이다."
 
비슬산용연사에 '부모님은혜'에 관한 벽화가 많이 그려져 있고, 수험생 학부모의 소위 기도발이 잘 받는다는 이유는 오래된 문화재급의 《부모은중경》 2첩이 보존되어 있는 것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불설대보부모은중경≫, 1376년

차제에 용연사에서는 이 두 첩의 《부모은중경》을 전문업체에 보존처리를 위탁하고, 문화재등재사업을 추진한다는 소식이다.

≪불설부모은중경≫, 14세기

아무쪼록 이 《부모은중경》의 문화재등재사업이 성공하여 일주문(琵瑟山龍淵寺慈雲門)의 보물등재에 이은 또 하나의 쾌거가 이루어지기를 기원한다.

맑은 하늘이 찻잔에 놀러왔다. 전임의 따스한 기운이 가슴에 스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