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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유산 도동서원

나목(裸木)의 사상

by 깊은 강 흐르듯이 2020. 11. 29.

부귀는 잊었다. 영화도 내려놓았다. 이제는 맨몸으로 북풍한설을 마주할 때다.

 

치장을 벗어내고, 가죽마저 째고, 똥찬 내장을 찬물에 씻고 싶은, 임기추상(臨己秋霜)을 곱씹을 시간이다.

 

임기추상의 사표인 김굉필선생의 사당 앞 계단의 좌우 소맷돌에는 알듯말듯한 문양이 새겨져 있다.

 

왼쪽의 것이 태극문양인 것은 다 알지만,

 

 

오른쪽 문양은 만자 만(卍) 같기도 하고, 하켄크로이츠(卐) 같기도 한데...답답한 것은 이 문양을 새겨놓으신 분이 아무런 말씀이 없었고, 지금 인터뷰가 안 된다는 것이다. 여기 오시는 많은 '안다는 분'들에게 물어도 보았다. 시원하게 풀이를 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20년 가깝도록... "절 만자 문양을 유교시설에서는 태극의 변형으로 본다"는 모 교수의 말을 상기하며, 혼자서 궁리에 궁리를 거듭하던 중, 염계 주돈이의 '태극도설'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태극이 동(動)하면 양(陽)을 낳고, 태극이 정(靜)하면 음(陰)을 낳는다." 아, 그러면 됐다. 동태극-정태극, 양-음, 천-지, 원-방, 상-하, 모두 딱 맞아떨어진다. 어둠속에서 불도 켜지 않고 미소를 지은 적이 있었다.

그런데, 궁금한 건 또 있다. 왜서 왼쪽(서쪽)이 양이요 상위일까? 유교시설에서의 일반적인 방위개념으로는 안쪽에서 보아 왼쪽이 동(東) 즉 상위로 보는데 말이다. 아하, 신의 공간이기 때문이로구나! 여기서부터는 서고동저(西高東低)의 개념이 적용되는, 즉 신의 공간의 시작점이라는 표시가 되겠구나라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다는 얘기다. 얘기인 즉... 물론 나 혼자 궁리를 하다 하다 나온 중간결과물이다. 아직도 궁리는 진행중이고... 이 이야기를 관심이 많은 방문객들에게만 사견임을 전제로 들려주곤 하는데, 다들 그럴 듯하다고 하면서도, 염계 주돈이가 왜 거기서 나오느냐고 또 궁금해하기도 한다. 그것은 다음 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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