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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유산 도동서원

도동서원에 비가 오면...

by 깊은 강 흐르듯이 2018. 4. 14.


주말, 아침부터 비가 내립니다. 해설은 갑니다.

오늘은 공사장을 우회하라고 깃발 흔들던 사람이 보이지 않습니다.

새로 놓은 다리 위로 시원스럽게 차를 몰아 봅니다.


현풍에서 도동서원 가는 길에 새로 놓은 이 다리의 이름이 '원오교'인가 봅니다.


비가 오는 날이면 서둘러 강당의 기단 앞에 가서 섭니다.

다듬돌허튼층쌓기 기단의 각기 다른 재질의 면석들이 습기를 머금어 제각각의 색깔을 선명하게 드러냅니다.

강가의 자갈도 마찬가지 아니던가요?

물 밖에 있는 자갈보다 물 속에 있는 돌들이 훨씬 색깔의 대비가 선명하지 않습니까?


'不同而和' 다른 것이 모여서 조화를 이룰 때 아름다움은 배가됩니다.

사람과 사회도 그렇겠지요.

천차만별의 사람들이 모여도 각자 제자리에서 제역할을 다하면 그 집단은 훌륭하게 발전하는 집단이 되겠지요?

학교도 그렇지요.

학생마다 제각기 가진 특기와 재주가 다를테지만 각자의 특성을 살려 전체의 조화에 기여하면, 좋은 학급, 우수한 학교가 될 것입니다.


맑은 날도 흐린 날도 비가 오는 날, 안개 낀 날..

여러 번 이 뜨락을 거닐어 보고서야 그 신비한 빛깔의 변화와 조화를 알게되는,

도동서원 중정당의 다듬돌허튼층기단...

나는 이 뜨락을 몇 번이나 걸었을까?

일주일에 하루씩, 하루에 다섯 번, 한달이면 20번, 1년이면 200번, 10년 하고도 5년 쯤 여길 오갔으니...

적어도 3,000번은 이 뜨락을 거닐었을 것입니다.

오늘 오신 방문객들에게는 정말 좋은 날 좋은 시에 오셨노라고..

오늘 도동서원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 한 가지만 꼽으라면, 단연코 이 강당의 기단이라고...

아침에 눈을 뜨고 빗소리를 들으면서..

오늘 해설의 하이라이트는 이 기단에 두리라고 아예 작정을 하고 왔습니다.


비가 오는 날에는 오래된 목조건축물의 고재(古材)도 더욱 선명한 빛깔을 나타냅니다.


중정당 대들보와 도리의 관솔에서 적갈색의 광채가 나는 듯합니다.


부스는 얼마 되지 않는 봄비에도 문턱을 넘어 물이 스며들어 가끔 쓰레받기로 물을 쓸어내야 합니다.

문턱 아래 깔린 전선의 피복이라도 벗겨져 누전이 되면 부스바닥은 튀김솥이 되고 마는 거 아닐까요?


5시 넘어 비는 그치고, 그 새로 놓은 다리를 다시 건너 퇴근을 합니다.

저 멀리 비슬산 꼭대기에는 못다넘은 비구름이 아쉬운 듯 머뭇거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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