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락이란 곳의 빛깔은 대체 어떤 것일까?
오늘(2021. 10. 29.) 아름다운 가을의 용연사 해설을 하면서 가을이 깊어가듯 생각이 깊어진다. 2002년 5월에 동화사에서 문화해설을 시작하던 때가 아련히 떠오른다. 그로부터 20개 성상을 사찰과 서원 향교와 전통마을 등의 문화유산들을 아끼고 사랑하며 지키고 알리려 애를 써왔다. 3개월의 기본교육과 해마다 수십시간씩의 보수교육을 받고, 수시로 관련강좌를 찾아다니며 들었다. 대학원에 내 돈으로 등록금 내고 입학하여 동북아시아학을 공부했다.
많은 곳을 답사했다. 국내는 물론 해외의 문화유적지를 찾아서 단체로 또는 개인적으로..이러면서 모은 자료들을 정리하여 "문화유산을 통해 찾는 대구의 아이덴티티"라고 하는 좀 긴 이름의 DVD영상자료(러닝타임 45'45", 파일크기 2.6Gb)를 만들어 무료로 배포했다. 내가 해설하는 유적지를 찾아오는 시민들, 대구시 공무원 및 의회 의원들, 역사를 가르치는 선생님들까지, 많은 분들이 이 비디오를 요청해왔다. 500여부 넘게 배포되었다. 그 동안에 수집하고, 정리하고, 글로 쓰고, 사진과 동영상으로 찍고 한 자료들이 컴의 저장공간에 넘쳐서, 2Tb(2테라바이트: 2,000Gb)의 외장하드를 구입하여 백업하고 컴의 공간을 비우니 컴의 작동도 원활해졌다.
지금 보시는 이 블로그, '대구문화 톺아보기'를 2013년에 만들어 대구문화를 사랑하는 시민들과 소통의 폭을 넓히기로 했다. 명함에 이 블로그명을 기재하고, 시간이 촉박하여 아쉬워하는 방문객들에게 소개를 하곤 한다. 지금 못다한 이야기들은 이 블로그에서 확인하시라고..이 블로그에는 현재 381개의 글이 올라 있고, 누적 방문자수가 60,000명을 넘어섰다. 문화해설과 관련된 이야기는 모두 이 블로그를 기반으로 해서 카톡이나 카카오스토리, 페이스북 등으로 링크를 걸어 소통의 지평을 확대해 가고 있다.
사찰에서 해설을 하고 있는 시간에.."사찰 해설은 기존 해설사와는 차별화된 교육을 받은 사찰전문해설사들의 배치를 요구한다" 라는 동화총림 주지의 공문이 대구시장 앞으로 도달되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 사업은 청년일자리창출사업의 일환이라는 말도 둘러들었다. 좋은 일이다. 늙은이가 청년에게 일자리 하나 내 줄 수 있다니 이 얼마나 보람찬 일인가 말이다. 그런데 뚜껑이 열리는 것은, 20개 성상을 애써온 노력들이 차별화의 대상 즉 저차원의 것이고, 그렇게 쌓인 지식과 노하우가 모두 비전문이라는 한 단어로 압착폐기될 일인가라는 것이다. 노쇄한 어깨에서 순간 힘이 쭉 빠지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이상, 깊어가는 가을날에 광야에서 홀로 외치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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