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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유산 도동서원

외일(畏日)의 총욕부동(寵辱不動)

by 깊은 강 흐르듯이 2022. 7. 10.

외일(畏日; 김굉필선생은 뜨거운 여름날을 이렇게 표현하였다)의 도동서원에 배롱꽃이 만발하였다.

 

울산에서 사업을 하는 옛직장동료가 배롱나무꽃이 얼마나 피었느냐고 물어왔다. 사진을 찍으러 오려는 것일 게다. 

 

사진도 사진이지만, 진심으로 해설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이 너무 반갑고 고맙다. 청취자가 열심히 들어주면 해설도 신이 난다. 연예인이나 스포츠맨이 팬의 환호를 먹고 사는 것과 같은 이치다.

 

중정당 뒷창에서 앞을 내다보는 풍경은 그림같은데..왼쪽의 거인재는 보수공사 가림막이 씌워진 채 무슨 연유인지 공사가 몇 달째 중단되고 있어 관람객들의 눈쌀을 찌푸리게 한다.

 

해설을 하다보면 사진을 찍어달라는 분들이 많다. 포인트를 잘 잡아서 예쁜 사진을 찍어 주면 즐거워한다. 나도 같이 즐거워지는 것은 물론이다. 그런데, 어떤 분은 사진을 찍어달라기에, 내 딴엔 잘 찍어주려고 이리저리 포인트를 잡다가 자세가 삐끗하여 엉뚱한 터치가 되면서 타이머가 작동하게 되었는데.."사진 안 찍어 보셨네요~"라고 하고는 폰카메라를 낚아채어 가버렸다. 아~ 뜨거워서 무서운 여름날(畏日)에 총욕부동(寵辱不動: 총애와 모욕에 동요하지 않는다)을 되뇌며 화를 삭히는 수 밖에 없다.

 

도라지꽃 상큼하게 피어 있는 사주문으로 상지(上紙; 중정당 기둥머리의 하얀 종이)가 가지런하다. 오늘도 이 상지의 연유에 대한 기록을 따져묻는 관람객이 있었다. 물론 기록은 없다. 구전과 정황을 종합하여 정리한 이야기라고 하자, 그러면 지어낸 이야기 아니냐고 한다. 이쯤 되면 뜨거운 날이 더욱 뜨거워진다. 다시 냉정을 되찾아야 하는 순간이다.

 

땡볕아래 지붕에 올라가 공사를 하는 사람들이 걱정스럽다. 물통이라도 차고 올라가 있는지 모르겠다. 저렇게 부속시설물의 신축공사는 뜨거운 휴일날에도 진행되고 있는데..거인재의 보수공사도 조속 재개되기를 뜨겁게 기원한다.

 

주차장에 보이는 시커먼 콘테이너하우스도 거인재 보수공사용 사무실이다. 주차공간을 잡아먹는 것은 물론이고 은행나무의 관람과 촬영 방해가 심각하다.

 

신도비각 앞의 분홍색 배롱나무도 꽃을 흠뻑 매달고 있다.

 

은행나무는 여전히 늠름하고 그늘은 넉넉하다. 이 나무의 수령이 400여년이라는 데에 강력히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또 있었다. 자칭 나무전문가라고 하면서..더 나아가 이 나무의 수령은 700살 정도이며, 이 곳이 옛날에 절터였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것이었다. 장기적으로 같이 연구검토를 하자고 제안했으나 신분은 밝히지 않고 떠나갔다.

 

군청에서 제작한 이 안내판에는 오류가 너무 많다. '文璥'은 '文敬'의 잘못이다. '선생이'는 '선생의'로 고쳐야 한다. '한상 정구'가 아니고 '한강 정구'이다. 군청에 수정을 요청한지 몇 주일째 방치되고 있는 걸 보면 공무원들이 참 바쁘기는 바쁜가 보다. 이 뜨거운 날에도..

 

부스의 전기콘센트가 망가져서 수리요청을 했는데..현지에서 구입해서 부착하지 말고, 협회에서 직접 구매를 해서 보내줄 테니 기다리란다. 그리고나서 일주일이 넘도록 감감무소식이다. 언제까지 개인의 작업용 멀티탭을 여기 가져다 놓고 써야 하나..?

 

근자에 중정당에서 예절교육을 하는 업체와 일반관람객에 대한 해설을 하는 해설사 간에 다소간의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해설할 때의 마이크소리가 아이들의 예절수업에 지장을 준다",  "특정단체가 중정당을 장시간 독차지하고 있어 관람객의  관람과 해설에 방해가 된다"라는 서로의 주장이다. 대결을 넘어 공존의 지혜를 모아야 할 지점인 듯하다. 관련되는 기관들과 서원관리위원회 등의 적극적인 협의와 조정이 필요해 보인다. 현재 건립중인 부속 건축물들의 공간활용계획과 연계한 검토도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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