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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유산 도동서원

초복(初伏)날의 설로장송(雪路長松)

by 깊은 강 흐르듯이 2022. 7. 16.

초복날에 만발한 배롱나무 사이로 도동서원 은행나무가 흰구름을 머리에 이고 서 있다.

 

오류(誤謬)로 덕지덕지 덮혀 있던 이 은행나무 안내판이,

 

한 달 넘는 험난한 과정을 거쳐서,

 

오늘 완전하지는 않으나 최선의 수정을 완료했다.

 

해설사부스의 망가진 이 멀티탭도,

 

2주일여의 어려운 과정 끝에,

 

오늘 정상작동을 보게 되었다. 뜨거운 초복날에..

 

수월루 저쪽의 일찍 핀 배롱나무꽃이 쓰러져가고 왼편의 나무가 꽃을 활짝 매달았다.

 

사당 앞모퉁이의 오래된 배롱나무는 아주 특이한 혹을 달고 서 있는데..

 

사람들은 용이라고도 하고 거북이라고도 하는데..뭔지는 몰라도 상서로운 것이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조선의 수현(首賢) 김굉필선생의 사당에는 두 점의 명품 벽화가 그려져 있다.

서벽에는 강에서 뱃놀이를 하는 그림이 그려져 있고, 검은 바탕에 흰 글씨로 화제(畵題)가 씌어 있는데..

 

바로 '강심월일주(江心月一舟)'이다.

김굉필선생의 '선상(船上)'이라는 제목의 오언절구의 마지막 귀절(結句)이 '강심월일주'이다.

 

동벽에는 달이 걸린 훤칠한 소나무가 그려져 있고,

 

화제는 설로장송(雪路長松)이 또렷하게 씌어 있다.

이 그림은 김굉필선생의 '노방송(路傍松)'이라는 시의 내용을 주제로 한 그림일 것이다.

 

그런데, 이 그림의 화제 '설로장송(雪路長松)'을 '설로장송(雪長松)'이라고 잘못 표기하는 경우가 많아 이를 바로잡았으면 좋겠다.

 

내가 발견한 맨 처음의 오류는 2011년에 발행된 어느 유명인사의 문화유산답사기 책에서다. 본인이 보면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라 저자나 출판사 등은 여기서 밝히지 않는다.

 

그 다음 2014년에  어느 문화재단에서 발행한 《도동서원 이야기》라는 책에서 희한하게도 아주 똑같은 오류를 범하고 있다. 간접 경로를 통해서 이 재단에 오류수정을 요청했으나 다음 판을 낼 때 고치겠다는 막연한 대답 이후 아무런 조치가 없다.

 

그리고 2019년에 **군청 관광과에서 발행한 또 하나의 《도동서원 이야기》라는 책에는 앞의 문화재단의 책을 그대로 베껴써서 똑같은 오류를 반복하고 있다. 무성의의 극치를 보는 듯하다. 관계자의 각성을 촉구한다.

 

최근에  '도동서원유교아카데미'라는 사이버강좌의 강의교재를 받아보니 또 이 같은 오류가 발견되었고, 강의 영상을 본 즉, '설로장송'을 "눈과 이슬을 맞은 오래된 소나무' 즉 '雪長松'으로 잘 못 해석하고 있었다. 현장과 실물을 확인하지 않은, 즉 탁상공론의 전형을 보는 것 같다. 강사도 주최측도 한층 더 정성을 담아 주면 좋겠다.

 

앞서와 같은 강의교재에 실린 송某해설사의 PPT 원고에는 '설로장송(雪路長松)'을 제대로 표기하고 있다. 영상강의는 아직 업로드되지 않았지만, 출판물에서 제대로 된 '설로장송(雪路長松)'을 모처럼 접한다. 현장감이 돋보이는 것은 역시 문화관광해설사가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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