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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마을 우리고장

꽃 피어 좋다마는..

by 깊은 강 흐르듯이 2023. 4. 24.

대구 달성 옥포면 이팝나무군락지에 이팝꽃이 만개했다.

몇 해 전 이곳에 이팝꽃 구경하러 왔더니 이팝꽃 그늘에서 경로잔치를 하고 있었더랬다.

그날이 어버이날 즉, 5월 8일이었던 것이다.

올해는 그보다 보름은 족히 앞당겨진 것 같다.

황사먼지로 멀리 비슬산은 흐릿하게 보일 듯 말 듯하다.

용연사의 불두화도 부처님오신날을 기다리기엔 어림도 없었나 보다.

송화가 이 정도 피어나면 입하무렵이다. 물이 오른 저 어린 가지의 겉껍질을 살짝 벗겨내면 하얀 속껍질이 나타나는데, 바로 송기라는 것이다. 양쪽 어금니로 물고 하모니커처럼 좌우로 송기를 훑어서 잘근잘근 씹으면 달콤한 수액이 꿈결처럼 배어나온다. 송기는 벗겨 모아서 떡이나 죽을 해먹기도 했다. 아이들이 송기떡을 많이 먹고 변비에 걸리기도 했는데, 이럴 땐 할머니가 손가락에 들기름을 묻혀서 손자의 항문을 파내었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있다.

금호강 가의 아까시나무도 꽃을 피웠다. 50여년 전, 경북대학교 교정에 아까시꽃이 만발할 때쯤은 스승의 날이었다. 스승의 날은 그 때나 지금이나 5월 15일이다. 꽃은 그 꽃이로되 때는 그 때가 아니다. 세세연년화상사(歲歲年秊花相似)는 옛 시인의 허사(虛辭)다.

강 건너 언덕 위의 아양루도 황사먼지에 숨이 가빠 보인다.

다람재에서 굽어보는 도동서원도 흐릿하기는 매일반이다.

사백년 넘은 노거수도 먼지구름을 머리에 이고 힘겹게 서 있다.
10여년 만에 보름씩이나 앞당겨진 꽃들의 개화, 숨 막힐 것 같이 짙어져만 가는 황사와 미세먼지..인간의 탐욕에 의한 환경오염과 생태계파괴가 부른 기후재앙이 덮쳐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등골이 오싹하다.

"삼림파괴를 비롯해 인간이 환경에 미친 영향으로 나타난 직접적인 결과들이었다. 그 여파는 참혹했다. 기아로 시작해서  싸움이 빈발했고 급기야는 카니발리즘(cannibalism, 식인풍습: 옮긴이)으로 발전했다."
...
"야생동물이 사라지자, 섬사람들은 가까이 있지만 그때까지 식량으로 생각지도 않았던 것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바로 인간이었다. 인간의 유골이 무덤에서만 발견되는 것이 아니다. 후기의 쓰레기더미에서도 발견된다. 골수를 빨아먹으려던 것이었을까? 쪼개진 뼈까지 있다. 이스터섬의 구전설화에서 키니발리즘은 빠지지 않는다."
...
"오늘날의 상황은 많은 점에서 17세기 이스터섬의 상황과 다르다. 하지만 이런 차이들 중 일부가 우리에게 더 큰 위협으로 다가온다. 돌연장과 완력만을 지닌 수천명의 섬사람들이 주변 환경을 파괴하고 사회까지 붕괴시켰는데, 금속연장과 강력한 기계로 무장한 수십 억의 인구라면 훨씬 큰 재앙을 낳지 않겠는가?"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가 《문명의 붕괴》에서 제시하는 환경충격의 완화 방안 가운데, '총인구의 감축'과 '1인당 훼손량의 저감'이 있다.
먼지처럼 미미하겠지만 1인당 훼손량의 저감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어떤 것이  있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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