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추의 열대야에 꿈을 꾸었다.

우주선을 타고 가다 어느 별에 불시착했다.

생물체의 미이라인지 화석인지는 분명치 않았지만..

머리와 몸체는 지구에서 본 적 없는 괴물체인데,

손과 발은 분명히 사람의 것이었다.

카메라로 사진을 찍었다.

순간, 사진은 나타나지 않고 실물이 복제되어 움직이는 것이었다.

연속 두 장을 찍었던 것인지..
두 마리의 수두인각(獸頭人脚)의 우주괴물이 나를 공격해 왔다.

달아나면서 뒤를 보니 그 괴물들은 쪼치바리가 빠르기는 하나 방향전환이 서투른 것 같았다.

급선회를 하면서 추격을 뿌리치려 애써보지만..

괴물도 빠른 속도로 주행능력이 진화하여 뒷덜미를 잡히려는 순간..
아뿔사..꿈이었다.
입추의 열대야가 길어 더위를 먹었지 싶다.
여기는 금호강과 아양루
인공이지만 폭포의 물보라를 등지고 앉아
강건너 멀리 팔공산정을 바라보며
망중한을 즐기니..
동파의 취서오절(醉書五絶) 한 수가 다시 떠오른다.
未成小隱聊中隱(미성소은료중은)
可得長閒勝暫閑(가득장한승잠한)
我本無家更安往(아본무가갱안왕)
故鄕無此好湖山(고향무차호호산)

소은(小隱)은 못이루고 중은(中隱)으로 족하다.
쉬는 거야 짧은 것보다 긴 것이 좋겠지만,
내야 본래 편히 돌아갈 집도 없거니와,
고향에는 이렇게 좋은 호수와 산도 없으니..
***
소은은 아예 초야에 묻혀 두문불출하는 것이라고 한다.
중은은 일과 여가를 병행하는 것을 가리키고,
대은(大隱)은 대놓고 저자의 소음 속에서 고요를 터득하는 것이라는데..
먹어가는 귀도 시정의 소음으로 우리~하고,
파리의 메달과 인터뷰에 희비의 동요가 일고,
규슈의 지진 소식을 들으며 나가사키의 둘째가 걱정되니..
대은은 커녕 중은, 소은, 이룬 거 하나 없어도..

나물 먹고 물 마시고 지족(知足)이면 상락(常樂)이지만..
더욱 안타까운 것은 22년을 함께해온 동료해설사 한 분이 다발성골수종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를 시작했다는 소식이다.
부디 쾌차하여 하루속히 우리곁에 돌아오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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