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태풍예보가 있었습니다.
지갑을 둔 채 집을 나섰던 덕택에 새벽부터 20여분의 격렬한 유산소운동을 했습니다.
도동서원의 뿌리깊은 나무는 바람에도 끄덕없었습니다.
서원 내부도 작은 나뭇가지 몇 개 부러져 뒹구는 외에는 별 이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해설사부스는 생각보다 심각했습니다.
전면 들창문은 활짝 열려 있고 비바람이 들이치고 있었습니다.
목재로 된 문이 뒤틀리고, 팽창수축을 거듭하면서 걸고리들이 맞지 않아 바람에 덜컹거리다 열린 것입니다.
게다가 사방의 문틈과 나무벽의 틈새로 물이 스며들어 바닥에 흥건히 고여들고 있었고,
쓰레받기로 물을 퍼내야 할 정도였습니다.
벽에는 여러 군데 전선과 콘센트 등이 붙어 있어서.
여기에 물이 스며들어 누전이라도 되면, 물 고인 부스바닥은 거대한 전기프라이팬이 될 지도 모르는데...
우선 물이 가장 많이 넘어들어오는 왼쪽 창문 바깥 창턱에 걸레를 덮고 돌을 눌러 놓으니,
물이 좀 덜 새어들어오기는 합니다만 그래도 역부족이고, 보기에도 민망합니다.
이 부스 설치 후 여러 차례 클레임을 제기하였고, 몇 번 보수를 하긴 했지만,
처음부터 어딘가가 잘 못 되어도 크게 잘 못 된 듯합니다.
불편한 정도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안전에 관한 문제인지라......
피난을 하기로 하고, 요기라도 하고 갈 작정으로 점심을 먹고 나니, 비가 잦아들고 햇빛이 보이고...
걸레를 빨아 널고, 우산을 말리며 돌아보니...
뿌리깊은 나무 위로 흰 구름이 두둥실~~
뿌리깊은 나무에는 오늘도 무사히 노을이 지고 어둠이 내립니다.
"道東書院,杏壇..." 이들 소중한 문화유산을 지켜가기 위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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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하고 편리한 부스 하나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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