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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유산 도동서원

동입서출(東入西出)

by 깊은 강 흐르듯이 2017. 5. 14.

도동서원의 강당에는 계단이 양쪽에 설치되어 있습니다. 다른 서원들도 대부분 그럴 것입니다.

어제는 일단의 학생들을 선생님 한 분이 인솔해 오셨는데..양쪽 계단을 마구 오르내리길래, "서원의 강당은 이 쪽 계단이 오르는 계단이고 저 쪽 계단이 내려오는 계단입니다"라고 했더니.."저는 알아요!"라는 대답만 돌아왔습니다.

오른쪽 계단 옆에는 올라가는 동물의 모양이 조각되어 있고,

왼쪽 계단 옆에는 내려오는 동물의 모습이 돌에 새겨져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유교시설물(성균관 향교 서원 등)의 일반적인 출입규칙 즉 '동입서출'을 표시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때의 동서는 자연방위인 해가 뜨고 지는 동서가 아니라,

유교에서의 의례상의 방위기준인 배북향남(背北向南)에 따라,

안쪽(사당의 주향자의 위패 기준)에서 보아 왼쪽을 동쪽으로 간주하는 것입니다.

바깥쪽에서 보면 오른쪽이 동쪽이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유교시설물을 출입할 때에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우측통행을 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강당의 뒤로 돌아가면 사당을 들어가는 내삼문이 있는데, 여기에는 중앙과 오른쪽에만 계단이 있고, 왼쪽에는 계단이 없습니다.

서원의 일반적인 출입규칙은 동입서출이지만, 사당은 출입규칙이 서원마다 각기 다르다고 합니다.

이곳 도동서원 사당(내삼문 포함)의 출입규칙은 동입동출입니다. 그래서 아예 왼쪽에는 계단이 없습니다.

다른 서원들 몇 군데를 확인해 보았습니다.

병산서원 사당은 도동서원과 같은 동입동출이고, 소수서원과 도산서원의 사당은 중입동출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입구는 각기 다르지만 출구는 동쪽이라는 공통점이 발견됩니다.

즉 사람의 공간인 강학영역에서는 서쪽이 출구이고, 신의 공간인 제향영역에서는 동쪽을 출구로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덧붙여 생각해 보면 사람의 영역에서는 '동고서저', 신의 영역에서는 '서고동저'라는 고래의 의식으로부터 유래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당에는 양쪽에 계단이 설치되어 있습니다만, 그래도 동쪽계단으로만 오르고 내리고 합니다.

향사나 알묘 때, 동계입-분향-동계출...이런 순서로 의례가 진행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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