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더니 가을도 걸음이 늦어지나 봅니다.
아침이슬 맞은 은행나무가 다시 녹색이 짙어지는 착각을 일으킵니다.
수월루 앞 계단 입구에 하얀 국화가 피었습니다.
북송시대 도학의 개조로 불리었던 염계 주돈이는 《애련설》에서
"국화는 은일자요.." 즉 숨어사는 선비와 같은 꽃이라고 했습니다.
율리에 은거하며 "채국동리하 유연견남산"하던 도연명을 생각케 합니다.
잔인한 계절 4월의 마지막을 찬란하게 장식했던 모란은 앙상한 가지만 남겼습니다.
주염계는 그랬습니다. "모란은 부귀자며.."라고.
인평대군은 또 "춘풍에 피온 꽃이 매양에 고와시랴.."라고 노래를 불렀습니다.
부귀는 뜬구름이요, 영화는 아침안개라 하였거늘,
안개를 헤치고 뜬구름 쫓아 천방지축하는 군상들은 고금 막론 지천으로 널려 있음을 봅니다.
염계는 "연꽃은 꽃 중의 군자"라 하여 진실로 사랑하는 꽃이라 하였답니다.
염계의 도학을 이어받아 동방도학으로 꽃피운 한훤당의 사당 앞 계단에는 연뢰가 사시사철 지지 않는 돌꽃으로 맺혀 있습니다.
한훤당과 절친 문우였던 일두 정여창선생을 모신 남계서원에는 두개의 연못에 살아있는 연꽃이 피고 있습니다.
'처염상정' 오염된 세속에 처해 있어도 마음을 더럽히지 않는 선비의 기개인가 싶습니다.
중정당과 거인재 거의재의 이름도 염계의 《태극도설》에서 따 온 이름이라 하니,
중국 도학의 개조 염계 주돈이의 도학이 동방의 도학지종 한훤당 김굉필의 도학으로 승화된 일이야말로
'도동'의 한층 구체화된 개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작은 은행나무에 병이 들어 자꾸만 큰나무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달성군 관광과에 전화를 걸어 조치를 부탁했습니다.
나무에 관한 일은 녹지과인가에서 관장하고 있답니다.
전달은 하되 책임은 없다는 말로 읽혀집니다.
녹지과로 전화를 또 해야 하나..?
관광버스가 들어옵니다.
3시가 넘어 버스 3대가 연달아 들어오면 감당이 힘들어집니다.
월말이라 마감도 해야 합니다.
빨갛게 물들어 곧 박제가 되려는 저 담쟁이는 한 해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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