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파워풀 대구
  • 깊은 강 흐르듯이
  • 천천히 도도하게
세계유산 도동서원

도동서원 가을소식

by 깊은 강 흐르듯이 2020. 10. 24.

도동서원 은행나무 : 2020.10.24.

은행나무는 이제 서서히 노란빛을 띄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상태라면 7~10일 후에는 절정에 이르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물론 기온과 비바람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담주 수욜에도 은행나무의 소식을 전하겠사오니 궁금하신 분들은 이 페이지를 주목해 주시기 바랍니다.

 

은행나무 가지위에 상현달이 걸렸습니다. 정확한 반달이군요.

 

부스 뒤의 느티나무와 단풍나무는 벌써 낙엽을 떨구고 있습니다.

 

도동서원에도 국화가 피었습니다.

 

전사청 마당에 노랗게, 하얗게 국화가 피었고요,

 

수월루 앞뜰에도 하얀 국화가 좀 제멋대로 피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관광관련 공무원이 이 국화가 너무 엉성해서 보기 싫다고 캐어내자고 합니다. 꼭 손질을 해서 가지런하게 만들어야 좋은 것일까요? 내사 그냥 자연스럽고 좋기만 하구만...국화를 볼 때는 의례히 중국의 시인 도연명을 떠올리게 되는데요, 당나라의 시인 원진은 이런 시를 썼습니다.

 

"가을 꽃무더기가 집을 두르니 마치 도가(도연명의 집)와 같아라. 울타리 가를 다 돌다보니 해가 기우는구나. 꽃 중에서 국화를 편애하는 것은 아닌데, 다만 이 꽃이 다 피고 나면 다시 필 꽃이 없음이라!" 결구(結句)가 너무 맘에 들어 붓을 들어 종이에다 써 보지만 글씨는 언제나처럼 성에 차지 않습니다.
중국 도학의 개조(開祖)로 불리는 북송의 염계 주돈이선생이 <애련설(愛蓮說)>에서 "국화는 은일자(隱逸者), 모란은 부귀자, 연은 군자자"라고 하였는데, 이 때 은일자의 이미지는 역시 도연명을 떠올린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동진(東晉)의 도연명이 '......採菊東籬下 悠然見南山......' 시를 쓰며 은거하던 곳이 율리(栗里)였고, 율리는 바로 중국사람들에게 은일자의 이상향으로 자리잡게 된 것이지요. 녹동서원에 제향된 김충선(사야가)선생은 <녹촌지(鹿村誌)>에서 우록동에 터잡은 연유를 이 땅이 "반곡 아닌 반곡이요, 율리 아닌 율리"라고 하였습니다. 반곡(盤谷) 역시 당나라의 문신 이원(李愿)이라는 사람이 낙향하여 은거한 곳으로 왕유(王維)의 망천(輞川)과 더불어 3대 은거지의 대명사가 된 곳입니다.

염계 주돈이의 도학을 김굉필선생이 받아들여 이 땅에 도학을 꽃피운 점을 "도동(道東)"의 한층 구체화된 의미라고 생각한다면, 도동서원에서 국화를 심고, 모란이 피며, 연꽃이 돌에 새겨져 사시사철 지지 않는 풍경은 눈으로 보는 또 하나의 도동의 의미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수월루 앞뜰의 화계에 국화를 가득 심는 것은 어떨까요?

'세계유산 도동서원'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단풍들고 낙엽지고..  (0) 2020.11.05
도동서원 단풍은 언제가 절정?  (0) 2020.10.28
온전한 쌍귀부비석 하나  (0) 2020.10.09
도동서원 보물지붕  (0) 2020.10.09
궁극의 모자이크  (0) 2020.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