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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넘어 바다건너

나가사키와 군함도

by 깊은 강 흐르듯이 2016. 3. 19.

하늘에서 후쿠오카를 내려다 보는 것은 참 오랫만입니다.

후쿠오카의 옛 이름은 '나노쿠니'였고 한반도 남부사람들이 건너가 이 땅을 개척하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후쿠오카 공항에 내려 버스로 40여분 달려서 사가현 '히노쿠마'란 곳의 한 골프장을 찾았습니다.

여기서 십여리 되는 곳에 '요시노가리'라는 야요이시대 마을유적지가 있는데,

엄청나게 출토된 옹관등의 유물들이 모두 한반도에서 흘러간 것들입니다.

뿐만아니라 북쪽으로 건너다보이는 산의 이름이 세부리산인데 고대 우리말의 셔블(서울)에서 연유된 것이라 할 수 밖에 없는 이름입니다.

즉 이 주변이 고대 한반도 사람들이 건너가 세운 나라의 도읍지였다는 뜻이 됩니다.

이런 유서깊은 땅에 티를 꽂는 감회를 아는 사람은 알 것입니다.

여기 땅 몇 미터만 파 보면 우리 조상의 유물이 쏟아져 나올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나가사키로 갑니다.

나가사키의 기억은 이 곳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 인류가 영원히 잊지 말아야 할,

그리고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나가사키 원폭 직전과 직후의 사진을 보면서 아주 많이 생각이 깊어지는 곳입니다.

나가사키를 한자로 長崎라고 쓰고 ながさき(나가사키)라고 읽습니다만,

ナガサキ라고 가타가나로 쓰면 '나가사키 원폭' 을 지칭하는 고유명사로 인식된다고 하는군요.

또, "히로시마의 분노", "나가사키의 기도" 라는 말도 있다고 합니다.

굳이 의미를 붙여 보자면 과거지향의 히로시마와 미래지향의 나가사키라고 해야 할까요?

잠시 나라와 세계의 평화를 위해 기도하면서 나가사키시가를 지나 나가사키반도의 맨끝 마을 노모자키의 어느 골프리조트에 다다릅니다.

이 골프장 1번홀을 가기 위해선 엘리베이터를 타고 언덕을 내려가는데,

눈아래의 1번홀과 그 너머로 펼쳐지는 푸른 바다와 섬들이 어우러진 풍광이 사람들의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합니다.

그러나, 그 중 왼편의 섬 하나에 눈길이 머물면 탄성은 한숨으로 변합니다.

하지마(端島)라고 하는 섬인데, 군칸지마(軍艦島)로 더 널리 불려지는 곳으로서, 메이지시대부터 해저탄광이 개발되었던 곳이며,

전체면적이 1만 8천여평의 작은 섬이지만 채탄산업의 절정기에는 도쿄보다도 인구밀도가 높았으나,

1974년에 탄광이 폐쇄되고 사람들은 모두 떠나 현재까지 공도가 되어 있는데,

근년에 일본정부에서 이 섬을 근대화산업유산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신청하면서 다시금 주목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슬픈 사실은 일제강점기에 우리나라에서 많은 사람들이 징용으로 이 탄광에 끌려가 강제노역을 했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세계유산 등재를 신청하면서 일본측에서는 그 강제노역의 역사기술을 하지 않으려 하였고,

우리나라에서는 그 사실이 반드시 기술되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하였던 것입니다.

결국 사실을 사실대로 기술하는 조건으로 등재결정은 되었다고 합니다만...... 

2017년 말까지 강제노역 사실을 게시하도록 되어 있다고 하는데도,

일본 당국에서는 아직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 합니다.

이른 아침이라 바닷바람이 쌀쌀합니다.

군함도의 바다밑에 뿌려진 우리 선대의 땀과 피와 눈물의 냄새가 바람에 실려 옵니다.

첫 티샷은 OB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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