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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넘어 바다건너

쓰시마 와카타벼루

by 깊은 강 흐르듯이 2017. 1. 18.

 

 

 

 

 

 

 

 

 

 

쓰시마의 명물 중에 와카타벼루가 있는데, 이즈하라에서 북서쪽으로 자동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와카타라는 마을에서 생산되는 벼루입니다. 이 마을 산과 계곡에서 나오는 청석돌이 벼루를 만드는 데에 아주 적합한 돌이어서 오랜 옛날부터 벼루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일본 문학사에서 최초의 장편소설로 꼽히는 겐지모노가타리(원씨 이야기)의 원고를 쓸 때 작가인 무라사키시키부가 이 쓰시마산 와카타벼루를 사용했다고 전해지면서 시코쿠산 벼루와 함께 명품벼루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고쿠부선생부인의 안내로 이 벼루의 재료인 청석돌이 나오는 계곡을 구경하고, 벼루 만드는 공방겸 체험장으로 갔습니다. 이 공방의 주인 야나기타 선생은 와카타벼루의 정통장인으로는 마지막 남은 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하니, 후계자가 없고 이 벼루의 명맥이 그리 오래지 않아 끊어지게 되었다는 뜻이기도 하겠습니다.

체험하러 온 사람도 우리부부 둘 밖에 없었고, 외국인으로는 처음이라고도 했습니다. 자그마한 크기의 돌판을 하나씩 골라서 벼루만들기 작업을 해 보기로 했습니다. 몇 해 전 호시노다원의 가루차갈기 체험에 이은 또 하나의 진기한 경험이 되기를 기대하면서...

개인지도식의 상세한 설명과 시범은 물론이고 디테일작업은 대신해 주기도 해서 작업은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되었습니다.

점심시간이 되자 또 고쿠부선생부부가 와서 바로 옆에 있는 소바전문점 겸 체험장에서 기어이 점심으로 소바를 사 주고 갔습니다. 게다가 여기는 버스도 안 다니는 곳이니 끝날 때쯤 데리러 오겠다고도 하고...

오전에는 연지를 깎아내는 작업이 거의 완료되었고 오후에는 숫돌과 사포 등으로 먹갈기에 가장 적합하게 만드는 최적화작업과 여백을 다듬는 등의 마무리작업이 이어졌습니다.

해질 무렵에 맞춰 작업은 끝나고, 저녁에 야나기선생이 옻칠과 왁스를 올리고 건조시키는데 시간이 소요되어 내일 오후에 완성품을 인도할 수 있다고 합니다.

볼펜 길이보다 약간 큰 정도의 두개의 벼루가 칠을 올리기 전의 자작품들입니다.

픽업이 도착하기 전에 약간의 틈에 선생의 진귀한 작품들을 구경하였습니다. 최소 수십만원에서 기백만원, 호사가를 만나면 수억원도 될 수 있는 화석문양을 그대로 살려놓은 언뜻 봐도 엄청나다 할 작품도 있었습니다.

부인이 또 픽업하러 와서 오늘 만 세번째 우리 땜에 여기 온 것입니다. 더하여 남편이 싱싱한 고기 낚으러 갔으니 또 집에 가서 저녁을 먹자고 합니다.

아~ 이것 참, 아무리 그래도 염치가 있어야지......

부른 배를 안고 나오는데, 현관에 일찍 핀 매화가 함박웃음으로 전송을 합니다.

오야스미나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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