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거미지는 다람재를 넘다가 뒤를 돌아봅니다.
하늘엔 노을이 곱고, 단풍도 붉은빛을 띠기 시작합니다.
어제 하루는 적잖이 힘이 들었습니다.
도동서원이 세계유산이 되어서인지 평일인데도 꽤 많은 방문객이 다녀갔습니다.
해설요청도 훨씬 증가했습니다.
그에 동반하여 서원의 관리 보존에 대한 의견, 건의, 불만, 항의도 눈에 띄게 많아졌습니다.
축대가 무너져 다칠 뻔 했으니 당장 보수하라고 불호령을 하고 가신 어른도 있었습니다.
내가 봐도 이건 너무하다 싶은 곳이 많습니다.
관리소 측의 하소연도 가관입니다.
군청에서 서원의 돌멩이 하나 종이 한장도 함부로 손대지 말라고 한답니다.
군에서 해 주지도 않으면서 그러기만 한다고..
중정당 앞기둥의 상지가 낡아 찢어지고 바람에 어지럽게 펄럭입니다.
도동서원과 김굉필선생의 학문적 위상이 이렇게 훼손되고 있습니다.
중정당 뒷문의 문턱 아래 나무조각이 떨어진지 몇 달이 되었습니다.
그 나무조각은 언제나처럼 이렇게 소화기통 위에 얹혀 썩어가고 있습니다.
'중정당' 현판의 이음새가 벌어져 아랫조각이 곧 떨어져내릴 것 같습니다.
떨어져서 완전 파손이 될 때까지 그냥 쳐다보고만 있어야 하는지...
중정당 좌우측 장지문의 벌집과 아래 개탕에 가득 쌓인 벌집의 잔해들은 쓸어내지도 못하는 것인지, 답답합니다.
어른이 호통치고 가신 중정당 앞 뜨락의 돌축대..자주 어린이들이 밟다가 돌이 굴러 떨어지곤 합니다.
동재(거인재)의 뒷널문은 이렇게 깨어져서 보기 흉하기 짝이 없습니다.
동재의 마루와 방 사이의 장지문 문종이도 아무나 바르면 안 되는지...?
서재(거의재)의 중간문도 마찬가지입니다.
수월루 앞 축대 무너진 돌이 오래오래 방치되고 있습니다.
사당의 지붕 기와가 벌써부터 깨어져 있다고 아무리 얘기를 해도 묵묵부답이라 하여 직접 확인을 해 보았습니다.
전면 지붕 죄측에 숫기와 깨진 것이 선명하게 보이고요,
빗물이 흐르는 암기와도 깨진 곳이 몇 군데나 보입니다.
수막새 한개는 완전히 떨어져 나갔습니다.
떨어진 수막새를 마당 한 쪽에 놓아둔 모습이 안타깝습니다.
사당 지붕 뒷쪽에는 기와가 흘러내려 사이가 벌어진 곳도 보입니다.
이거 조속히 조치하지 않으면 사당지붕 붕괴될 지도 모를 일입니다.
서원관리위원회나 군청에서는 플래카드나 덕지덕지 붙이지 말고, 세계유산 관리주체다운 면모를 보여주기를 고대합니다.
향사(享祀) 시간도 과거의 축시(01~03시)에서 인시(03시~05시)로 변경했다고 들었습니다만,
또다시 언제가부터는 슬그머니 05시에 행사를 시작한다고 하는군요...
하니 올해 추향(秋享)은 9/17(음 8/19) 새벽 5시에 지내는 것으로 알면 되겠습니다.
도동서원의 해설은 늘 재미도 있고 보람도 있습니다만,
해설외적인 이런 일들을 듣고 보고 겪는 것이 적잖이 힘드는 곳이 세계문화유산 도동서원입니다.
최근에는 함께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서원들을 순회답사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다른 서원들의 관리상태와 금방 비교되는 것이어서 낯이 뜨거울 때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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