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연사길은 꽃길입니다. 이 계절에 꽃 없는 길이 없겠지만, 지도에도 나와있는 '용연사벚꽃길'을 시작으로 구비구비 꽃길만 따라가면 용연사가 있습니다.
용연사일주문은 극락으로 가는 꽃상여처럼 환상적입니다.
늘 그렇기는 하지만, 오늘 유난히 비슬산등산로를 물어보는 사람이 많습니다. 관광안내소에 등산지도 한장이 없느냐고 따지기도 합니다. 저기 보이는 표지판을 따라가면 된다고 해도 또 시간이 얼마나 걸리느냐고 묻기도 합니다.
글세요? 걷기나름 아니겠냐고 대답하면 가 보기는 가 봤냐고 대들기도 합니다. 아~~~
언젠가부터 '생각이 들면 즉시 실행한다'를 원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내일은 내일 새벽에 내가 눈을 떠야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내가 직접 확인 하리라. 서슴없이 나섰습니다. 등산화도 없이 나이키운동화 하나만 믿고, 적멸보궁의 일각문을 들어섭니다. 입차문래(入此門來) 막존지해(莫存知解), 이 문을 들어서면 사바세계의 계산법은 적용되지 않습니다.
용연사약수터까지 1.9Km, 산길에서 절대거리는 별 의미가 없습니다. 깨끌막길(비탈길)이 얼마나 가파르냐에 따라 소요시간이 달라지겠죠? 걷는 사람의 능력에 따라서도 크게 차이가 날 것입니다.
등산로 초입에서 금강계단 진신사리탑이 참나무 틈새로 빛나게 보입니다. 길은 평탄하게 잘 닦여 있습니다.
곳곳에 쉼터도 잘 마련되어 있습니다. 평일에는 마주치는 사람도 적어 마스크를 벗어도 상관없겠습니다. 마스크만 벗어도 아침부터 일었던 두통이 사라지고 맙니다. 궁극의 플라시보효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벤치에 앉아 사방을 둘러보니 누워서 썩어가는 고목등걸에서 눈이 잘 떨어지지 않습니다. 이제는 다 잊었는지 몰라도 이 고목등걸도 저 뒤의 살아 있는 나무들처럼 푸른잎을 달고 당당하게 서 있었던 때가 있었을 것입니다. 생자필멸(生者必滅)의 섭리를 여기서 봅니다.
긴급구조의 대책도 잘 세워져 있군요. 약수터 가기전 3-4백미터는 깔딱고개입니다. 로프를 잡기도 하면서 지그재그로 올라야 합니다.
능선의 100여미터 아래 약수터에는 맑은 약수가 솟아나고 있습니다. 이 물이 흘러내려 용연을 이루었고 7용의 전설이 태어났으며, 용연사가 생겨났고, 지금도 단오날에 용왕제를 지내고 있는 것을 상기하면 신비의 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걸 믿고 물병도 안 가지고 온 것을 선견지명이라 하면 실소를 금할 수 없겠지요?
약수터 주변은 산벚나무의 군락지입니다. 이 산벚나무에 팔만대장경을 새겼고, 그 대장경은 부처님의 가르침이요,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이 산벚의 군락지 아래에 묻혀있는 것이 어찌 묘한 인연이라 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비슬산용연사가 영험한 기도처, 속된 말로 기도발이 잘 받는다는 것이 이유가 없지 않습니다.
약수터에서 비슬산 정상을 갔다오는 사람을 만났습니다. 약수터 바로 위 능선에서 5Km이고 빠른 걸음으로 2시간 정도 걸린다고 합니다. 내가 걸으면 그 2배는 걸리겠지요?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꽃 피고 나무 울창한 저 능선길을 따라가면 비슬산 정상에 이르겠지요? 거기까지 가 보는 것은 희망은 하지만, 약속은 할 수 없습니다. 왜, 내일은 비밀이니까요...
"용연사에서 비슬산 정상까지 7Km정도이며, 빠른 사람은 3시간, 내가 걸으면 6시간은 걸려야 갈 수 있겠습니다"
이제 확실히 대답할 수 있습니다. 물어보는 사람에게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