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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연사와 적멸보궁

작약과 불두화

by 깊은 강 흐르듯이 2021. 5. 13.

작약꽃이 곱게 피고, 안양루의 팔작지붕은 금방이라도 하늘로 날아오를 듯합니다. 

안양(安養)은 중국에서도 우리나라에서도 지명으로 쓰이고 있습니다만, 불교에서는 극락정토의 다른 이름이 안양이라고 합니다. 부석사 무량수전 앞의 안양루는 그 이름값이 대단하지요? 용연사 극락전 앞의 누각 역시 안양루라는 현판을 걸었고요, 안에는 부처님의 원음(圓音:원만한 음성)으로 지하(범종), 지상(법고), 수중(목어), 공중(운판)의 모든 중생을 구제하기 위한 사물(四物)이 걸려 있습니다. 이렇게 불가의 사물은 범종, 법고, 목어, 운판입니다만, 민간 농악에서의 사물이 또 있지요? 꽹과리, 징, 북과 장구가 곧 사물놀이의 사물(四物)이지요. 서양음악에서도 4개의 소리나는 악기로 구성되는 4중주가 있지요. 가장 흔히 연주되는 현악4중주는 제1바이올린, 제2바이올린, 비올라, 첼로로 구성되고요, 피아노4중주는 피아노,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가 된다고 하지요?

곱게 핀 작약꽃 뒤로 극락전 마당에 연등이 많이 달린 걸 보니 '부처님오신날'이 가까웠나 봅니다. 작약은 흔히 모란과 많이 혼동되는 꽃인데요, 우선 모란은 다년생 목본식물이고요, 작약은 일년생 초본식물입니다. 꽃이 피는 시기로도 대개 4월 중하순에 먼저 피는 것이 모란이고요, 뒤이어 5월 초중순에 피는 것이 작약입니다. 잎이 갈라지고 윤기가 없는 것이 모란이고요, 잎이 갈라지지 않고 유난히 반짝거리는 것이 작약입니다. 작약은 한약재로 많이 쓰이는데요, 특히 백작약, 숙지황, 천궁, 당귀를 달인 것이 사물탕(四物湯)인데, 허혈과 산후증 등 모든 혈병(血病)에 두루 쓰인다고 합니다.

선열당의 작약꽃은 이제 지려 하는데, 꽃의 무게가 겨워 고개를 숙인 저 뒤의 하얀 꽃이 불두화입니다. 부처님의 머리를 닮았다고 이름붙여진 불두화는 자세히 들여다보면 암술도 수술도 없는 무성화(無性花)입니다. 피는 시기도 '부처님오신날' 즈음에 피는지라 이래저래 사찰에서 많이 심는가 봅니다. 씨나 열매가 열리지 않기 때문에 꺾꽂이나 휘묻이, 접붙이기 등으로만 번식을 시킨답니다.

불두화는 흔히 수국과 혼동을 많이 하게 되는데요, 꽃은 비슷하지만 잎을 보면 쉽게 구별됩니다. 세갈래로 잎이 갈라지는 것은 불두화이고, 수국의 잎은 갈라지지 않고 가장자리에 깻잎과 같은 톱니가 나 있습니다. 수국도 초본수국이 있고 목본수국이 있는데 목본수국이 더 불두화와 혼동될 수 있습니다. 목본수국과 역시 목본인 불두화도 마찬가지로 잎의 모양으로 간단히 구별할 수 있습니다.

불두화는 꽃, 잎, 줄기, 뿌리 모두가 차나 약재로 쓰이는데요, 강심과 해열작용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약도 의사도 필요가 없는, 저기 저 안양 즉 극락까지는 거리가 얼마나 될까요? 수미산 아랫자락의 인간계에서 서쪽으로 10억만 불국토를 지난 곳이라고 하니 인간의 도구로는 측량을 할 수 없는 거리일 것입니다. 또 수미산은 높이가 얼마나 될까요? 물에 잠겨 있는 바다 밑바닥에서부터 정상까지가 16만 유순(1유순=약7Km)이라고 하니 114만Km, 즉 지구에서 달까지의 거리(38만Km)의 3배정도의 높이가 되는 것이랍니다. 역시 중생의 자(尺)로는 도저히 잴 수가 없겠군요. 아~어리석은 중생에게 무량수(無量壽)의 길은 역시 아득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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