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연사 자운문은 아름다운 일주문입니다.
너무 웅장하여 사람을 압도하지도 않으며, 그렇다고 작아서 초라하지도 않습니다.
단청은 지금이 너무 원색적이지도 않고 너무 바래지도 않은 가장 편안한 빛깔입니다.


'琵瑟山龍淵寺慈雲門'(비슬산용연사자운문)이라고 쓰인 현판도 문의 크기와 높이에 너무 어울리는 아름다운 글씨입니다.
누가 썼을까요?
晦山(회산) 朴基敦(박기돈:1873~1947)선생의 글씨입니다.
1930~40년대 대구지역의 대표적인 서예가이며, 해인사의 '八萬大藏經(팔만대장경)'현판은 그의 작품으로 유명합니다.

용연사 감로당의주련 또한 그의 작품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올해 초파일 이전까지 명부전(현 지장전)에 걸려 있다가, 지금은 감로당(구 사명당)으로 옮겨 걸려 있고요, 행서 주련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활달한 서체입니다. 하지만, 주련에 낙관은 새겨져 있지 않은 것으로 보아 아마도 다른 절(통도사 금강계단 대방광전?)의 원본 주련을 모각해다 건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감로당 현판은 석도(夕濤) 유형재(兪衡在)의 글씨입니다. 유형재는 1955년, 대전출생의 서예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명부전이 지장전으로 이름을 바꿔달고, 주련도 바뀌었는데요, 아주 낯익은 예서체의 글씨입니다.
필자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一中(일중) 金忠顯(김충현)선생의 글씨를 빼닮았습니다.
팔공산 북지장사 지장전의 주련을 그대로 모각해다 붙인 것으로 보이는데요(낙관이 없음)..
紹軒(소헌) 鄭道準(정도준: 현존 인물)의 글씨라고 하며, 바로 일중선생의 제자라고 합니다.


천왕문 현판에는 낙관이 없어 글쓴이를 알 수 없으나 아마도 주련과 같은 사람이 쓰지 않았을까 추측되지만 확인은 할 수 없습니다.
주련에는 낙관이 찍혀 있는데, 후일 덧칠을 하면서 흐릿해져 있으나 자세히 보면,
靑溟(청명) 任昌淳(임창순:1914~1999)선생의 낙관임을 알아볼 수 있습니다.
충북 옥천 출신으로 경북중, 경북여중, 대구사법 등에서 교편을 잡아 대구와 인연이 깊은 분입니다.
한학, 서예, 금석학, 사학 등 다방면에 조예를 가졌으며, 특히 금석학의 대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적멸보궁의 현판에는 邁堂(매당)이라는 낙관이 뚜렷이 보이며, 주련에도 같은 낙관이 확인됩니다.
邁堂(매당) 李晋洛(이진락)이라는 분이라는데, 성주 이씨이며 창녕 출신이라는 사실 외에는 자세한 인물정보가 확인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분의 글씨가 용연사에는 의외로 많이 보입니다.
인접지역 출신으로 아마도 사찰과 관계가 깊었으며 서예에도 조예가 있었던 것으로 추측됩니다.


영산전 역시 현판에는 낙관을 확인할 수 없으나 주련에는 邁堂(매당)의 낙관이 분명히 새겨져 있습니다.


삼성각 현판은 임신년(1932?, 1992?)에 愚石(우석) 李龍福(이용복)으로 새겨져 있는데, 인물정보가 검색되지 않습니다.
주련의 글씨는 영산전의 주련과 같은 글씨체이고 낙관도 분명히 새겨져 있어서 邁堂(매당) 李晋洛(이진락)의 글씨가 확실합니다.
이상 용연사의 현판과 주련들 중에서 쓴 사람이 확인되거나 추측이 가능한 부분을 살펴보았으나,
막상 주전각인 극락전은 아무리 살펴도 현판에도 주련에도 낙관이 보이지 않습니다.
사찰측에서도 자료가 없어 확인해 줄 수가 없다고 하네요.


이 주련은 다른 여러 사찰에도 많이 걸려 있으나, 동일 서체의 주련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다만 필자의 감으로는 석재 서병오선생의 글씨인 듯하다는 것 뿐입니다. 그리고 느낌이 비슷한 적멸보궁일각문의 현판과 함께 널리 공개적으로 감정을 부탁드립니다.

추사체를 연상케 하는 '비슬산용연사적멸보궁' 현판, 누구 글씨인지 아시는 분, 갈쳐 주시면 후사하겠습니다!!
*후기
1) 극락전 현판은 동화사 극락전의 현판을 모각한 것 같다는 의견 있음.
2) 극락전 주련은 석재의 글씨는 아닌 것 같다는 의견 주신 분 있음.
3) 적멸보궁 일각문 현판은 현대서예가의 글씨로 보인다는 의견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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