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동서원 은행나무는 가을 안개속에서 늠름하게 날 기다리고 있습니다.
터널을 제쳐두고 안개 속에 다람재를 넘는 길은 몽환의 오솔길입니다.
다람재의 육각정 전망대와 김굉필시비(詩碑)도 안개에 싸여 있습니다.
고지기가 없는 고직사에도 국화가 피었습니다.
화분의 국화는 물론 딴 데서 재배하여 갖다 놓은 것이겠지만,
뜨락아래 심어진 국화도 함초롬히 꽃을 피웠습니다. 북송의 도학(道學)의 개조(開祖) 염계 주돈이가 "국화는 은일자요..."라고 하였으니, 이렇게 돌틈에 숨어서 피어났나 봅니다.
일각문 틈으로 보이는 고직사의 국화는 벌써 색이 바래가고 있습니다. 당나라 시인 원진(元稹)은 '이 꽃이 지고나면 다시 필 꽃 없음이라' 하여, 이것이 바로 국화를 사랑하는 이유라 했습니다.
관리인이 없는 도동서원의 중정당 마루에는 모래먼지가 쌓여 있습니다. 세계유산 도동서원을 관광자원으로 우려먹는 사람들은 부지기수이지만, 마루에 쌓인 먼지 좀 쓸어주는 사람은 잘 보이지 않습니다.
어찌하여 세계유산인 도동서원이 몇 년째 관리인을 구하지 못하는 것일까요? 급료가 적기 때문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아직도 양반문화의 불편한 진실이 도사리고 있지나 않는지 생각이 깊어집니다.
나라도 먼지를 쓸어놓고 방문객을 기다리면 그나마 좀 마음이 편합니다.
해질무렵인데도 주차장에는 자동차들로 입추의 여지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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