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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넘어 바다건너

아, 아무르강! - 하바로프스크

by 깊은 강 흐르듯이 2018. 9. 2.

2018. 8. 26. 아, 아무르강!


11시에 호텔을 나서서 ‘향토박물관’에 갑니다.


이 박물관은 극동지역의 자연과 역사 산업 등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종합박물관입니다.

이곳에 전시된 역사 및 고고학 자료에는 우리나라의 고대유물들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호랑이와 곰의 동거를 상상한 모형도에서는 눈길이 떨어지지 않는데요,

이곳이 옛 고조선 즉 우리 땅이었다는 생각을 떨치지 못합니다.

122년 전인 1896년 10월 4일에 민영환이 “새로 만들어진 ‘박물원’을 가보았다”고 《해천추범》에 기록하고 있는데,

1995년 재건하기 전의 이 박물관의 전신인 것으로 생각됩니다.

박물관 바로 옆의 ‘전쟁역사관’을 돌아보고 나서'


 ‘아무르강’을 조망할 수 있는 ‘우초스전망대’로 향합니다.

    “아무르 강에서
                                조철호

 

  아무르 강이 비를 맞고 있다
  구만리 장천 떠돌던 혼백들과
  눈물 마른 새들만
  석양을 비껴가고
  절룩이며 절룩이며 왼종일
  족쇄를 끌어도
  길은 끝나지 않았다
  
  하바로프스크-
  아무렇지도 않게 인간을 버리던 곳
  언제나 축축한 이 도시 한 켠에
  조선 사내들의 한숨 따라
  아무르 강이 비를 맞고 있다
  혁명가의 아내처럼
  맨살로 비를 맞고 있다


  누구를 기다리는가
  유언도 없이 운명한 쓸쓸한 주검도
  5월이면 풀꽃 하나 피우려는데
  시베리아 설한풍만 강가를 서성일 뿐
  아무도 오지 않을 것을
  강물은 알아
  아무르 강-
  오늘도 일삼아 비를 맞고 있다
  발목 잡힌 길손의 가슴을 적시고 있다”


아물지 않는 아무르 강의 상처를 내려다보며 ‘무라비요프 아무르스키’의 동상이 서 있고,

‘꼼소몰스까야광장’에 있는 ‘천국의 계단’을 걸어올라 하바롭스크의 랜드 마크로 관광객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는,

‘성모승천사원’을 구경합니다.


이 곳 하바롭스크에는 지금도 전차선로가 자동차도로와 같은 평면에 엉켜 있고, 물론 전차도 여전히 운행되고 있습니다.


오후에는 아무르강 유람선을 타고 딴에 포즈를 잡고 사진을 찍어 봅니다.

우째 오래전 샌프란시스코만의 유람선에서 찍은 사진과 분위기는 흡사하지만..흐른 세월의 흔적은 감출 수가 없네요..年年歲歲人不同


레닌광장, 2차세계대전 전사자와 무명용사의 비석을 보며, 혁명, 전쟁, 사상, 무기, 과학...생각이 꼬리를 뭅니다.



동방정교회구세주성당과 재래시장도 돌아보고 하바롭스크의 일정을 마무리합니다.


하바롭스크역에서 20:50발 블라디보스토크행 ‘시베리아횡단열차’를 탑니다.

36량이나 되는 장대열차입니다. 침대실은 4인실이며 2층침대가 양쪽에 놓여 있네요.

블라디보스토크까지는 758Km이며, 11시간 38분이 걸려 다음날 아침 8:28에 도착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열차 내에서는 음주와 흡연이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다고 합니다.

위반해서 적발되면 영락없이 벌금이 부과된다니 조심해야 한다네요...

칸마다 차장실이 있고, 공동화장실과 세면대가 있으며,

뜨거운 물을 받아 컵라면 등을 조리해 먹을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아침식사가 차내에서 제공됩니다.
1896년에 민영환은 인천-상하이-도쿄-밴쿠버-뉴욕-런던-베르린-모스크바를 경유하여 상트페테르부르크에 가서,

니콜라이2세의 대관식에 참석하고 돌아오는 길에 당시 건설 중이던 시베리아철도의 일부 완성된 구간을 이용하게 되는데,

이 구간에서는 달네레첸스크-우수리스크의 350Km 구간을 18시간 걸려 갔다고 위의 책에서 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