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성서 새방골에 위치한 병암서원에 왔습니다.
일가 여동생이 사위를 보게 되었는데 서원에서 전통혼례를 치른답니다.
우선 사당으로 돌아가 보니 내삼문 앞에서 신부가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조선 중기의 유학자 도응유, 도경유 형제를 모신 사당이 나무숲 속에 그윽하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묘호는 숭현사로 명명되어 있습니다.
동계(東階) 앞에는 관세대(세수대야 올리는 곳)와 정료대(등불 올리는 곳)가 설치되어 있고요,
서계(西階) 앞에 또 하나의 정료대와 그 뒤 사당 서쪽 옆마당에 보이는 것은 향사 후 축문을 태우는 감(坎 )이라고 생각됩니다.
강당 앞마당에는 초례청이 설치되어 있고, 곧 예식이 시작될 모양입니다.
친영례(親迎禮)가 행해집니다. 신부의 오색가마를 앞세우고,
신랑이 탄 평교자가 들어옵니다.
전통 친영례의 일반적인 모습은 신랑이 말을 타고 앞서고 신부의 가마가 뒤따릅니다만,
가가예문인지, 시대의 변화에 순응하는 모습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요즘 시대에는 이색적인 풍경이라 모두들 즐거워합니다.
전안례(奠雁禮)는 변함없는 사랑의 맹세일 것입니다.
신랑이 바친 기러기목상은 신부 어머니가 치마폭에 고이고이 전해 받습니다.
전안례를 마치면 신랑은 초례청의 동쪽(안쪽에서 보아 왼쪽)에 서고, 신부는 서쪽에 섭니다.
화촉(華燭)은 이제 양가 내혼주들이 하는 것이 일반화된 듯합니다.
신랑신부가 관수세수 를 합니다. 전통적으로는 신랑은 남쪽 대야, 신부는 북쪽 대야의 물에 손을 씻습니다.
교배례(交拜禮)는 신부가 먼저 두 번 절하고(婦先兩拜),
신랑이 한 번 절하는데(壻答一拜), 이것을 2회 반복합니다.
합근례는 신랑신부가 술을 나눠 마시는 의식입니다.
첫번째 잔은 신랑신부가 땅에 술을 붓고 안주도 내려 놓습니다.
두번째 잔은 신랑신부가 반씩 술을 마시고 잔을 서로 교환하여 나머지 반을 마십니다.
하나의 표주박에서 갈라진 두 개의 잔에 신랑신부가 각각 술을 따라 마시고 안주는 들지 않습니다.
남은 술과 안주는 시종들이 먹습니다.
홍실(신랑), 청실(신부)로 새끼를 꼬아 부부의 완전한 결합의 상징으로 삼습니다.
혼례고사(婚禮告辭)는 신랑이 조상에게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여기서는 집례가 천지신에게 고하는 형식으로 현대의 성혼선언과 비슷한 모습입니다.
이 역시 가가예문의 한 형태인지, 시대에 따른 변형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소지(燒紙)를 끝으로 예필(禮畢:의례를 마침)합니다만,
몇 가지의 식후 절차가 있네요.
신랑신부 맞절, 내빈에 대한 인사, 입으로 대추씨 빼앗기 등이 이어지고,
신랑신부 행진에 박수를 보내고 한식뷔페 식사가 시작됩니다.
서원이 빗장을 열고 다양한 형태로 시민에게 친숙한 공간으로 변모하는 것도 좋은 일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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