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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공총림 동 화 사

반자(飯子)와 해탈교

by 깊은 강 흐르듯이 2024. 6. 12.

오전 11시 40분에 반자(飯子) 치는 소리를 듣고 공양간으로 향했다.
의례히 공양을 하고, 설거지를 마친 밥그릇 국그릇을 찬장에 엎어 포개고, 숟가락을 소쿠리에 담으려는 찰나에..

"그릇 그래 동개마 안 돼욧!"
내가 동갠 그릇이 반듯하지 않았던 것이다.
백수(白首)를 조아려 사과하고 황급히 자리를 떴다.

개울 건너 덤방구에 앉아서 망연히 공양간쪽을 바라보는데..
공양간 3층(설법전 뒷쪽)의 기둥에 걸린 주련의 白首(백수)라는 글자가 눈에 확 들어왔다.

牢籠景象歸冷筆(뇌롱경상귀냉필)
한 폭의 경치는 그림 같은데
揮斥乾坤放醉眸(휘척건곤방취모)
거친 하늘과 땅 취한 눈에 어리는 듯
紅塵謝絶心如水(홍진사절심여수)
티끌세상 사절하니 마음은 물같아라
白首低徊氣尙秋백수저회기상추)
흰머리 수그리니 기운 외려 추상같고
鷲背山高風萬里(취배산고풍만리)
영취산 높은 기풍 만리에 뻗치며
鶴邊雲盡月千秋(학변운진월천추)
학 날고 구름 걷히니 천추의 달이 밝네
禪窓夜夜梵鐘鳴(선창야야범종명)
선창(禪窓)에 밤마다 범종이 우니
喚得心身十分淸(환득심신십분청)
몸과 마음 아주 맑아지네
檜樹蒼蒼山勢頑(회수창창산세완)
회나무 울창하고 산세 완만한데
葉間風雨半天寒(엽간풍우반천한)
숲속 비바람 서늘하게 불어 오네

묵선자 박지명의 글씨다.

해탈교 아래 물 속을 보니, 동전을 소복히 담고 있는 확처럼 생긴 것이 잠겨 있다.
저 물건의 본래 용도가 저런 것이었을까?

사바세계에서 불국토로, 차안에서 피안으로 가는 해탈교는,

불기 2991년 갑진 4월에 준공되었다고 새겨져 있는데..
마침 올해가 갑진년이니, 60년 전일까? 120년 전일까?
북방불기의 기년법으로 계산하면,
즉, 2991-1027=1964년이 되며
또, 2024-60=1964년이 되기도 한다.
북방불기와 남방불기에 대해서는 아래 글 참조
https://bean2700.tistory.com/m/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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